▲ 유재풍
청주로 대표변호사
노무현 전 대통령이 영원히 우리 곁을 떠났다. 그의 충격적인 죽음을 놓고 참 많은 이들이 비통해 하고 안타까워했다. 심지어 대통령선거 때 반대표를 던진 이들, 재임시절 그를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않고 사사건건 시비걸고, 죽음 직전까지도 비리라며 의혹수준의 소식까지 앞다투어 전달하던 거대언론도 그랬다. 불과 일주일 사이에 500만명을 넘긴 조문객은 장례식 뒤에도 끊이지 않는다. 물론 향후의 보신(保身) 때문에 악어의 눈물을 흘린 자들도 없지 않으리라. 그러나 많은 국민이 그의 떠남을 안타까워하고 아쉬워한다. 무엇 때문인가. 무엇이 그의 죽음 앞에 눈물 뿌리게 만들었나. 이제 그의 죽음 앞에 흘린 눈물의 이유를 찾아 그가 남기고 간 것들의 의미를 되짚어 보아야 한다. 대통령으로서 행한 그의 행적에 대한 공과(功過)평가는 달라지더라도, 인간 노무현, 정치인 노무현이 남겨놓은 것 중 몇 가지는 기억하여야 할 것이다.

우선 그의 탈권위주의 정신이다. 그는 권력을 맡겨 준 국민을 소중히 여겨 국민 위에 군림하지 않고 섬기는 민주주의 정신의 실천자였다. 정치역정 내내 반독재와 민주화를 위해 싸웠고, 대통령이 되어서는 검찰, 안기부, 국세청 등 권력기관을 국민에게 돌려주었다. 이들을 동원해서 자신의 반대자들을 탄압하는 등의 구태(舊態)를 보이지 않았다. 국민의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많은 사람들이 노대통령의 죽음 앞에 흘리는 눈물에는 현정권의 일방적 밀어붙이기 식 행태에 대한 반발이 들어 있다. 작년 촛불시위의 과정을 겪으면서 이명박 대통령 스스로도 소통부재를 언급하며 달라질 것을 약속했었다. 그러나 권위주의의 회귀를 보는 듯 국민과의 소통부재는 더욱 강화되어 왔다. 이제라도 현 정권은 돌이켜야 한다. 겸허하게 국민의 소리에 귀 기울여 입장이 다른 사람들의 처지를 이해하고 포용하여야 한다.

다음 국민통합의 정신이다. 그의 별명 '바보 노무현'은 바로 필생의 과제로 삼아온 지역주의 타파, 국가균형발전, 국민통합을 이루려는 의지 때문에 얻게 된 것이다. 손해볼 것이 뻔한데도 삼당통합의 야합에 반대하고, 안 될 줄 알면서도 꼬마민주당으로 국회의원과 부산시장 선거에 입후보하고, 지역기반 없는 종로에서 출마했다. 전임자들이 이용했던 패거리정치, 지역주의 정치 극복을 위해 진력했다. 행정중심복합도시, 기업도시, 혁신도시 등의 건설을 통해 국가균형발전을 추구하고, 남북과 동서의 통합을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그런데 정권이 바뀌자마자 이 모든 것이 뒤집어졌다. 도를 넘는 특정지역 일색의 낙하산 인사. 포화상태에 이른 수도권에 공장신증설을 허용하는 공장총량제 완화와 이에 따른 지방공단 입주기업의 수도권 회귀. 박정권 이래 추구해 온 그린벨트를 풀어 공장과 아파트를 건설하려는 수도권 '콘크리트벨트화'. 헌법소원까지 겪으면서 추진해 온 행정중심복합도시, 균형발전의 핵으로 추진해 온 혁신도시·기업도시의 불투명한 장래. 최고조에 이른 남북관계의 긴장. 어쩔 것인가. 췌언(贅言)이지만, 전 정권의 정책 중 계승할 것은 계승하고 바꿀 것은 바꿔나가야 하는 것은 누구나 안다. 그런데도 안 한다. 그러니 현정권이 진정 국민을 위한 정부인지, 수도권 등 일부 기득권층만을 위한 정부인지 의심하는 이들이 많다.

이제 '바보 노무현'은 우리 곁을 떠났다. 우리에게 참된 민주주의의 실천, 국민통합의 실천과제를 남겨놓고 떠났다. 그의 죽음에 대해 생각들은 다를 수 있으나, 그가 바라던 세상은 국회의원으로서 처음 대정부질문의 서두에서 밝힌 것처럼 '모든 사람이 대접받는 세상'일 것이다. 강자는 약자를 존중하고, 약자는 강자를 이해하며, 서로 나누어주고 나누어 줄 것이 있는 세상. 서로에게 힘이 되는 세상. 국민 모두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정치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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