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완보 충청대 교수

 

[충청의 창] 심완보 충청대 교수

요즘 온 나라가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 청문회문제로 떠들썩하다. 야당의 정치적 계산에 의한 청문회 거부와 지연 등 강한 반발이야 당연하다고 해도 20대 학생들의 반감은 생각보다 큰듯하다. 얼마 전 유튜브를 통해 ‘90년생이 온다’ 라는 책을 저자를 통해 인터뷰하는 내용을 본적이 있다. 이 책이 유명해진 이유 중 하나는 얼마 전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전 직원들에게 이 책을 선물하며 “새로운 세대를 알아야 미래를 준비할 수 있고 그들의 고민도 해결할 수 있다”는 메시지도 전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사실 필자도 애들이 셋 있는데 모두 90년대 생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생활과 사회생활 하는 애들을 보면서 부모로서는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많이 있었기에 그 이유를 알아 볼 수 있을까하는 기대에 끝까지 인터뷰 내용을 들어 본적이 있다. 1990년대 생의 꿈이 9급 공무원이 된 지 오래다. 최종 합격률이 2퍼센트가 채 되지 않는 공무원 시험에 수십만 명이 지원한다고 한다. 기성세대는 이런 산술적인 통계를 근거로 90년대 생을 피상적으로 이해하거나,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며 그들의 삶에 대한 안이함에 비판의 말을 쏟아 놓곤 한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공무원 시험 자체가 아니라 그들이 그렇게 된 이유가 무엇이냐는 것이다. 그들은 자기 부모나 선배들이 1997년 IMF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평생직장이자 가족이라고 생각했던 회사에서 무자비하게 버림받고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었던 장면을 목격하고 자라온 세대이다. 더 이상 회사에 대해 자신의 인생을 거는 바보 같은 짓은 하지 않겠노라고 다짐한 세대라는 것이다. 다만 회사는 자신이 일한 만큼만 챙겨주면 그 때까지는 다녀 주겠다는 자세이다.

이들은 돈이 좀 모이고 여행이 가고 싶어지면 오늘 당장이라도 사표를 던지고 회사를 떠날 준비가 되어있다. 저녁 회식이 없어진지는 오래전이다. 점심조차도 따로 먹는다고 한다. 그 이유는 점심시간은 하루 중 자기가 업무를 벗어나 유일하게 쉴 수 있는 시간인데 그 시간조차 상사들과 같이 가 굳은 일을 맡으며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필자를 포함한 그들이 말하는 ‘꼰대’ 세대들이 들으면 기가 찰 노릇이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90년대 생이 이제 조직에서는 신입사원으로, 시장에서는 트렌드를 이끄는 주요 소비자가 되어 우리 곁에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90년생의 특징 중 하나로 ‘정직함’을 꼽는다. 그것도 일시적이 아닌 시스템적으로 투명하고 지속가능한 완전무결한 정직함을 원한다. 요즘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에 대한 뉴스보도를 보며 20대가 분노하는 이유이다. 평등한 기회와 공정한 과정과 정의로운 결과를 외쳤던 현 정권에 대한 90년생들의 반감이 표출된 이유이다. 이들은 치열한 입시과정, 취업과정을 거치며 평범한 사람들로 살아 왔는데 뉴스에 보도되는 전형적인 ‘특권층 코스’를 들으며 비슷한 시기에 같은 길을 걸었던 젊은이들이 배신감을 느끼는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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