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병익 충청북도교육삼락회장

 

[오병익칼럼] 오병익 충청북도교육삼락회장

여름내 퍼부은 땡볕 / 살갗을 용케 빠져 나온 채, / 제 멋대로 떠다닌 찌꺼기를 걸러 / 야트막했던 하늘엔 바지랑대가 있어야겠다. / 땀방울 굴러도 흐트러지지 않은 자리 / 무늬 결 예쁜 열매 채워진 대로 / 만져보기도 아까운 계절 / 돌멩이에 패인 주름마다 / 햇살가득 넘나들며 노랑물감만 푼다. / 필자 자작시 ‘가을의 품’ 전문이다. 호화스런 수식어를 끌어 모아봤자 요즘 바깥 풍광 그려내기란 쉽지 않다.

얼마 전 모 지방자치단체장의 다문화 가족 자녀를 '튀기' · '잡종강세' 등 상생을 훼손한 발언으로 쩔쩔맸다. 시대를 망각한 언어폭력, 논란은 끊이질 않는다. 인구 50명 중 한 명은 외국인이란 통계 외에 불법체류자까지 포함하면 실제 숫자는 훨씬 많다. 그동안 정부 차원에선 다문화 사각지대를 없애고 폭넓은 인권경영 도입 청신호를 꾸준히 켜온 게 사실이다. 국가 선진화 가늠 척도이기도 하다. 충북도교육청 역시 다문화 중점학교·예비학교·교육부요청 연구학교·탈북 중점학교 운영을 비롯 역동적 바지랑대 놓기에 유연하게 대응 해온 터다.

세계화 흐름을 탄 충청북도학생외국어교육원이 지난 해 1월부터 ‘충청북도국제교육원’으로 명칭 변경, 새 보금자리를 틀었다. 뭐가 달라졌을까. “다문화학생 등을 포함해 교육대상을 늘리기 위함”이라고 밝힌 당초 개편구실과 딱 맞아 떨어진다. 결혼 이민자를 중심으로 충청북도교육청에서 수년 간 운영해 오던 다문화교육지원센터를 국제교육원에 편입, 공존을 우선한 점 손꼽힐만하다. 특히, 자녀 학습 보조까지 1:1멘토링 관계(퇴직교원 봉사자)를 형성 소통 중심 바지랑대로 단단하게 놓아 마음열기부터 교과 기본개념을 달구어 낸다. 아이들 하나하나 속내까지 진정어린 선제적 포옹이야말로 고난과 희망을 품는 사랑이며 창조적 에너지 아니던가. 다문화가정 학부모와 자녀 반응은 단연 상종가에 머뭇거림이 없다.

원래 다문화교육은 건강 사회 일원으로 뿌리를 내리고 ‘세계 속의 한국, 한국 속의 세계’를 구현하는 힘이다. 그동안 결혼이민자와 자녀들, 어째서 제자리를 맴돌게 하는지, 누구 탓인지 곰곰 따져 보면 매우 어정쩡했다. 그들 머릿속에 ‘다문화가 문제’란 어지럼증이 박혀 끝내 적응을 못한 채 원위치하는 사례도 잦았다. 다문화 가정은 점점 늘고 있으나 일부 시민 단체·지자체지원 취약으로 언어와 소통·문화갈등관리를 해소할 대안과 교육 역시 ‘강 건너 불구경’ 정도였다. 그 뿐만 아니라 학급친구의 놀림·괴롭힘과 “한국 말 정말 어려워요. 먹다, 잡숫다, 들다, 드신다…” 까지 겹쳐 몹시 혼란스럽단다. 그들에겐 ‘마음을 터놓을 곳’이 최우선일 수밖에 없다. 미래를 상상해 보라. 다문화 인적자원이야말로 세계 공통가치의 주요 자산이다. 아들·딸·사돈까지 세계 속 친인척 시대, 다문화가 흔들리면 더 큰 충격이 올 수 있다면 섣부른 편견일까. 결국 긴 호흡으로 견인해야 할 충북국제교육원의 옹골찬 희망가(希望歌), 글로벌 인재 양성의 분수령이 되기를 기대한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