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박광호·편집부국장 겸 사회부장

인사 때 뇌물을 받은 혐의로 2002년 4월 중도 하차한 k 전 충북도 교육감이 그래도 업무 추진력은 인정 받았었다. 웬만한 실무자들은 `번데기 앞에서 주름 잡는다`고 그 앞에서 아는 척을 못할 정도로 일에 대해서는 자타가 공인했다.

자연 그의 눈에는 교육청 직원들이 일을 잘 하는 지, 못하는 지 선이 그어졌고 비록 일부지만 교육감 눈에 들기위해 줄을 서는 사람들도 생겼다. 이런 그가 대 놓고 칭찬하는 직원이 있었다. 당시 그의 말 그대로를 옮기면 "교육청에서 일 하는 사람은 s뿐이 없어!"였다.

그때 s씨는 충북도 교육청 총무계장였다. 여느 직장이 마찬가지겠지만 총무, 서무라는 자리는 일복이 터지는 자리다. 궂은 일은 물론이고 온갖 잡다한 일이 모두 그쪽으로 간다. 물론 선임부서라는 위상이 주어지지만 당사자로서는 여간 힘든 게 아니다.

그렇지만 s씨는 묵묵히, 그리고 한 눈 팔지 않고 맡은 바 소임을 다했다. 그러니까 줄서기가 난무했던 당시 최고 수장으로부터 인정 받았고, 또 그 인정에 대해 남 얘기 좋아하는 사람들도 별다른 이의를 달지 않았다. 한 술 더 떠 "s는 누가 교육감이든 똑같이 일을 했을 것"이라는 평가까지 받았다.



누구든, 어디서든 잘 할거야!



그 s씨가 지난 6월 30일자로 공로연수에 들어갔다. 34 년 간의 공직생활을 끝내는 정년퇴직 수순을 밟는 것이다. 공로연수 후 1 년 뒤 정식 정년을 맞으니 내년 6월 말이면 정들었던 교육청을 아주 떠나게 된다.

공로연수에 들어가기 전 주변정리를 하면서 깐깐하다는 출입기자들과 석별의 점심도 같이 했다. 한 때 공보담당관을 맡았던 인연 때문인데 그때도 남 칭찬에 인색한 기자들조차 "참 성실하다"는 후한 점수를 줬고, 그 평판은 줄곧 유지돼 왔다.

요즘 공무원 인기가 상한가다. 무엇보다 중간에 짤릴 염려가 없다. 아주 없는 건 아니지만 일반 사기업, 직장에 비해 그 가능성이 적다. 여기에 시간이 지날수록 국가의 복지 우선주의 정책에 힘입어 조직은 갈수록 탄탄해지고 금전적 대우 역시 남에게 뒤처지지 않는다.

전문화도 강점이다. 석·박사는 물론이고 공부하는 공무원이 조직을 이끌고 있다. 어지간한 토론회에는 공무원이 빠지지 않을 정도로 자신이 맡은 분야에서는 경쟁력도 인정받고 있다.

어디 이 뿐인가. 물건 하나 사는데도 공무원이면 깎아주고, 더 주고, 장기 할부까지 온갖 혜택을 준다. 대출시장에서도 공무원은 인기다. 안정된 직장에 있으니 돈 떼일 걱정 없는 금융권이 너도나도 못빌려 줘 안달이다. 일반인에게는 이런저런 서류를 요구하면서도 공무원은 어지간하면 재직증명서 하나 있으면 만사 ok다.



꼭 있어야 할 사람이 되는 것



그렇지만 산을 오르면 언젠가는 내려가야 하는 법. 공무원도 언제까지 그 직을 유지할 수 없다. 때가 되면 그만둬야 하는데 직급으로 따져 6급(주사)까지는 57세, 5급(사무관)부터는 60세가 정년이다. 요즘같이 고령화 사회에서는 `한창` 때다.

그러다보니 정년 이후가 문제다. 재직할 때 자신이 살고있는 지역, 국가를 위해 정책을 짜고 고민하면서 전문성을 키웠지만 한참 일할 나이에 현장에서 떠나야 하다보니 그동안 쌓아 온 노-하우(know-how)가 자칫 물거품처럼 사라질 수 있다.

그래서 퇴직 공무원들을 좀 더 활용하는 방안을 찾아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자치단체 자문단 활성화 같은 걸 말하는데 물론 있으나마나 한 공무원, 없어야 될 공무원이 아닌 `꼭 있어야 할` 유능한 공무원이 그 대상이다. s씨 같은 공직자가 그 중 하나다.

/박광호·편집부국장 겸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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