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탁 충북보건과학대 교수

[충청광장] 김종탁 충북보건과학대 교수

지난 15일 평양에서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H조 3차전 경기가 베일에 가려진채 조용히 막을 내렸지만 뒷말도 무성하고 비판과 자성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동네축구가 아닌 국가대항 경기였지만 이례적으로 21세기에 생중계로 볼 수 없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었고, 북한 기자를 제외한 언론의 취재활동도 허락되지 않았다. 당초 북한 측에서 4만 관중이 들어찰 것이라 했던 것과 달리 관중석도 텅 빈 상태에서 경기가 진행됐다.

외신들도 “이상한 나라에서 이상한 경기였다”고 비정상적이었던 남북전에 이목이 집중됐다. 영국 데일리메일은 ‘역대 가장 비밀스러웠던 월드컵 예선경기’라고 표현하면서 “생중계되지 않았고 관중도 없었다. 해외 취재진의 출입도 허용되지 않았다. 골까지 나오지 않았다. 역사적인 경기가 어둠 속에 진행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한 워싱턴포스트는 “텅 빈 경기장에서 펼쳐진 기괴한 경기였다”면서 “북한 입장에서는 적대관계에 있는 한국에 패하는 것이 끔찍한 일이다. 무관중 경기는 한국에 패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내린 결정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한편 경기를 관람한 ‘인판티노’ FIFA회장은 “역사적인 매치를 위해 꽉 찬 경기장을 볼 수 있길 기대했지만 관중이 전혀 없어서 실망했다”며 경기 생중계, 비자발급, 해외 언론의 접근권과 관련한 문제들도 놀라웠다고 지적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남북 월드컵 예선전은 경기 결과보다 부수적인 것들로 인해 더 큰 화제를 모았고 한국의 FIFA 랭킹이 37위로 113위인 북한에 전력상으로 앞서있다는 평가가 우세했다. 이런 상황에서 주민들에게 자기 팀이 고전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싫어 고육지책의 선택으로 이해할 수는 있다. 그렇다손 치더라도 북한이 평양 예선전에서 보여준 행보는 21세기의 국제사회 눈높이에서 볼 때 정상국가에 미치지 못한다. 아울러 이번 경기를 통해 냉랭한 남북한의 먼 간극을 다시 한 번 재확인했다는 아픔만 더 커진 듯싶다.

이렇듯 정치가 스포츠에 개입되면 필연적으로 갈등을 수반하게 되고 더 큰 위험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것은 ‘72년 뮌헨올림픽’ 선수촌 테러사건 등 무수히 많은 역사적 사실들이 증명해 준다. 정치가 스포츠에 관여해 국민의 화합과 사회통합의 기능과 함께 국가간 화해와 소통의 촉매제인 외교수단으로 활용하는 선의의 역할을 하는 반면에 부정적 측면 역시 배제할 수 없다. 국내적으로는 정치적 무관심을 불러올 수 있고, 국가간의 스포츠가 적대적 대결의 장으로 이용돼 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한반도의 평화를 포기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인판티노 회장은 북한에 대한 실망감을 표현하면서도 “한 순간에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순진하다”며 “축구가 북한과 전세계 여타 국가들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확실한 노력을 계속 이어나갈 것”이라고 했다. 인판티노 회장의 말이 적용 가능한 무대는 축구뿐만이 아니라 모든 스포츠에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한다.

이데올로기의 장벽이 무너지고 인류평화를 위한 세계화를 추구하고 있는 현시점에서 지구상에 존재하는 유일한 분단국가로서 남북한의 스포츠 교류는 통일국가로서의 물꼬를 트기 위한 노력이어야 한다. 정치적 상황을 고려한 스포츠는 존재할 이유도, 가치도 없다. 특히 스포츠는 개인적 접촉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전 국민에게 확산정도 면에서 그 어떤 분야보다 의미가 있다. 그러나 스포츠 교류가 민족적 차원에서 동질성 회복이나 발전에 대한 염원보다는 체제유지를 위한 정치적 도구로 삼는 경우에는 오히려 스포츠 교류가 경쟁과 상호비방의 장으로 변질돼 적대감을 초래하게 될 것이라는 지적을 깊이 새겨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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