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의 창] 심완보 충청대 교수

매년 10월은 노벨상 수상자 발표 시즌이다. 혹시나 하는 기대에 수상자 발표에 관심을 갖지만 2019년 올해도 한국은 노벨상 수상자 명단에 없었다. 단지 언론에 노벨상과 관련되어 한국과 연관된 보도로는 전 세계 빈곤퇴치와 보건문제 해결 연구에 대한 공로로 노벨경제학상을 공동 수상한 미국 MIT대 뒤플로 교수의 ‘한국이 성공한 핵심 요소는 교육이며 저개발 국가의 좋은 사례이고 공학과 교육에 대규모 투자를 한 결과 긍정적인 결과를 얻었다’고 했다는 내용이 유일한 노벨상 관련 소식이었다. 반면 일본에서는 작년에 이어 또다시 노벨상 수상자가 나왔다. 주인공은 리튬이온 배터리의 상용화에 성공을 한 공로로 노벨 화학상을 받은 요시노 아키라였다. 일본은 2018년 노벨 생리의학상에 이어 2년 연속 노벨상 수상자가 나온 것이다.

올해로 일본 국적자의 노벨상 수상자는 총 25명으로 늘어났다. 스포츠건 경제건 모든 분야에서 일본에게는 절대 지고 싶지 않은 우리이지만 적어도 노벨상 부문에서는 김대중 대통령의 노벨평화상이 유일한 우리와는 상대가 안 된다. 네이처가 꼽은 한국이 노벨상 못 받는 이유는 첫째 토론이 거의 없는 상명하복, 기초분야에 관심이 없는 기업주도, 장기적 안목이 없는 시류편승, 실망한 인재의 두뇌유출 등이다. 119년의 노벨상 역사를 통틀어 전체 과학 계열 수상자의 3분의 1은 미국에서 나왔고 또 다른 3분의 1은, 영국, 독일, 프랑스에서 나왔다. 쉽게 말해 이 네 나라가 전체 수상자의 3분의 2를 배출한 것이다.

노벨상을 받을 만한 업적이 나오려면 장기간에 걸쳐 꾸준한 투자와 관심이 필요하다. 연구자가 골방에 틀어 박혀서 혼자 연구해서 받을 수 있는 상이 아니다. 능력 있고, 특정 분야에 높은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여럿 모여 앉아서 하나의 팀이 되어 서로 돕기도 하고 비판하기도 하면서 동일 주제에 대해 반복적으로 장기간에 걸쳐 새로운 발견을 위한 시도를 거듭해 나가야 새로운 과학적 업적 창출이 가능하다.

일본 과학자들은 20대 때 자신을 사로잡은 주제를 계속해서 연구한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그때그때 유행하는 연구에 매달리지 않고 하고 싶은 것을 계속해서 하다 보니 어쩌다 노벨상까지 받게 된다고 한다. 노벨상을 받는 패턴을 평균적으로 일반화하면, 30살 이전에 박사학위를 마치고 연구를 시작해 40살께 연구를 완성하고 미국 국립과학원 회원이 돼 50대 중반께 연구 성과가 학계의 주목을 받으며 울프상·래스커상 등을 받은 뒤 50대 후반에 상을 받게 된다고 한다.

최근 노벨과학상 수상자들은 인류에 공헌한 ‘기초과학’ 연구 분야에서 수상자들이 나왔다. 예를 들면 2G 휴대전화기가 대세를 이루던 때에 우리는 조금 더 좋은 2G 휴대전화기를 만들려고만 노력했지, 혁명적으로 바꿀 수 있는 스마트폰을 개발하는 건 상상조차 못했다. 사회의 구성일원으로서 다른 사람을 이롭게 하는 일을 하고 싶다는 정신으로 한 우물을 파는 그 분야에 정통한 전문가를 키워 나가야만 한국도 장차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할 날이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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