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천호
분평초등학교 교감
지난 월요일 운동장조회를 하면서 교장선생님께서 학생들에게 물으셨다. 현충일에 조기(弔旗) 게양하는 방법을 아는 사람 손들어 봐요.그러자 절반 정도의 학생들이 손을 들었다. 그럼 현충일 노래를 아는 사람 손들어 볼까? 이번엔 학생들이 서로를 바라보면서 누가 손을 들었는지 좌우로 고개를 돌린다. 노래를 안다고 손든 학생은 아무도 없었다. 나 역시도 조회대 뒤편에서 현충일 노래를 떠올렸지만 선뜻 생각나지 않았다. 학교 다닐 때 분명 배웠던 생각은 나는데 입 안에서 뱅글거릴 뿐 얼른 떠오르지 않는다.

겨레와 나라위해 목숨을 바치니/그 정성 영원히 조국을 지키네/조국의 산하여 용사를 잠재우소서/(중략, 현충일 노래)

국경일(國慶日)은 나라의 경사를 기념하기 위해 국가에서 법률로 정한 경축일을 말하는데, 삼일절, 제헌절, 광복절, 개천절, 한글날이 있다. 또한 기념일(記念日)은 현충일처럼 특별한 사안에 대해 정부에서 제정?공포한 날로 그날에 맞는 의식과 행사를 하는 날이다. 그러나 국경일 휴무여부는 대통령령으로 정하게 되어 있어서 국경일 지정이 곧바로 공휴일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따라서 제헌절과 한글날은 국경일이면서 공휴일이 아니다.

기미년 삼월일일 정오/터지자 밀물 같은 대한독립만세/태극기 곳곳마다 삼천만이 하나로/이날은 우리의의요 생명이요 교훈이다/(중략, 삼일절 노래)

이 삼일절 노래만 제대로 지도하면 기미년이 1919년이고. 전국방방곡곡에서 태극기를 들고 평화적으로 독립만세를 외쳤던 그날의 함성을 누구나 떠올릴 수 있다. 노랫말엔 그 날의 의미와 역사적 사실이 함축적으로 담겨 있기 때문이다.

비구름 바람 거느리고/인간을 도우셨다는 우리 옛적/삼백 예순 남은 일이하늘 뜻 그대로였다/(중략, 제헌절 노래)

7월 17일 제헌절은 나라를 다스리는 데 기본이 되는 법률인 헌법을 만들어 널리 공포한 날이다. 삼천만 모든 국민이 지킬 언약이 바로 대한민국 헌법이며, 이 법을 통해 민주주의의 기틀을 다지자는 내용이 들어있다.

흙 다시 만져보자/바닷물도 춤을 춘다/기어이 보시려던/어른님 벗님 어찌하리/이 날이 사십년 뜨거운 피/(중략, 광복절 노래)

광복절은 1945년 8월 15일 일본으로부터 해방된 의미있는 경축의 날이기도 하지만, 1948년 ?8월15일 우리 대한미국의 정부가 수립된 것을 공포한 날이기도 하다. 일본에게 주권을 빼앗기고 삼십 육년 간 온갖 고통을 당하면서도 나라의 독립을 위해 몸 바친 분들을 생각하면 참으로 뜻 깊은 날이 아닐 수 없다.

우리가 물이라면 새암이 있고/우리가?나무라면 뿌리가?있다/이 나라 한아버님은 단군이시니(중략, 개천절 노래)

개천절은 민족국가의 건국을 축하하고 문화민족으로서의 새로운 탄생을 경축하여 하늘에 감사하는 날이다. 여기서 새암은 우물, 즉 근원을 가리키고, 한아버님은 우리 조상을 뜻한다.

강산도 빼어났다 배달의 나라/긴 역사 오랜 전통 지녀온 겨레/거룩한 세종대왕 한글 펴시니/(중략, 한글날 노래)

한글날은 국경일에서 기념일로 바뀌었다가 각계의 노력으로 다시 국경일로 지정되었다. 한글은 우리 민족문화의 근간을 이루고 있으며, 인터넷 시대에 그 독창성과 과학성이 더욱 빛나고 있다.

유월은 호국보훈(護國報勳)의 달이다. 국권회복을 위해 헌신한 순국선열과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희생한 전몰용사의 숭고한 애국정신을 기리고 명복을 기리는 달이다. 그간 일선 교육현장에서 계기교육은 다소 시대에 뒤떨어진 구시대 유물 취급을 받아온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현행 초등학교 3학년에서 6학년 음악 교과서에 국경일에 관한 노래가 엄연히 실려 있다. 굳이 정부차원이 아니더라도 교육과정 운영의 충실을 기한다면 학교에서 노래를 통한 계기교육이 얼마든지 가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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