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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에 즐기는 제천의 맛변광섭 청주대 겸임교수·로컬콘텐츠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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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12.10  14:5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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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의창] 변광섭 청주대 겸임교수·로컬콘텐츠 큐레이터

나이 들수록, 바쁘게 달릴수록 내 안의 내가 슬프다. 지나온 길이 헛되지 않았는지,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지 않았는지, 나의 사랑은 불멸인지, 희망은 있는지 머뭇거린다. 칼 구스타브 융은 ‘진정한 치유는 자기 자신이 되는 것’이라고 했다. 중년은 누구라도 자기 자신으로 돌아가야 하는 시간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중년이 위기다. 나의 처지가 그렇다.

누가 그랬던가. ‘중년의 위기’란 기울어진 현재 상태를 점검하고 붕괴하기 전에 적절한 균형을 찾으려는 건강한 내면을 달리 표현한 것이라고. 나의 중년은 건강한가, 균형감을 갖고 있는가 생각하게 한다. 이만하면 됐다며 지난날을 위로하고 격려하는 여유가 필요하다.

한 해의 끝자락이다. 내 마음에도 붉게 물든 단풍이 지고 찬바람만 까불고 있다. 가을은 가고 겨울이 왔는데 나는 아직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다. 사랑이라는 군불을 지펴야겠다. 첫 눈 내리는 날 그 길을 걸으며 중년의 새로운 출발을 다짐해야겠다. 사랑의 길을 만들어야겠다.

찬바람이 어깨를 스치기만 해도 눈물이 나올 것 같은 그런 날, 제천 시내를 어슬렁거렸다. 지난 봄에 두 번, 여름에 한 번 다녀갔으니 이번이 네 번째다. 지난 봄 골목길의 허름한 식당에서 먹은 산초두부 맛이 그리웠다. 산초열매 기름으로 두부를 부친다. 말로 다할 수 없는 향과 담백한 맛이 내 몸 속으로 스며든다. 짜릿하고 달콤하며 부드러운 이 맛을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햇살과 바람과 꽃과 새들이 춤을 추는 대지의 비밀을 맛보았다.

제천시는 소문나지 않은 특유의 맛집이 많다. 어느 식당에 가도 제 몫을 한다. 충북의 최북단이면서 강원도와 경상도의 접경지역이다. 이 때문에 전국의 맛을 죄다 즐길 수 있다. 게다가 산악지대의 특성상 약초가 많이 나온다. 그래서 ‘약채락’이라는 음식이 별미다. 몸에 좋은 약초와 채소를 정성스레 요리했다. 발효음식과 퓨전음식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어린이, 여성, 노인 등 맞춤형 요리로 인기를 더해가고 있다.

제천을 대표하는 특산품은 고추, 황기, 사과다. 전국 최고의 품질을 자랑하면서 최고의 값으로 팔려나간다. 이들 재료로 만든 빨간오뎅은 바로 제천의 맛이다. 맵지만 달고 깊은 맛이 난다. 한방호떡과 한방갈비찜도 이곳의 맛이다. 가락국수는 제천역을 상징하는 추억의 음식이다. 그래서 제천시는 제천의 맛을 테마로 한 관광상품 개발에 나섰다.

여행자의 거리를 만들고 가스트로 음식을 특화하기 시작했다. 제천역 인근의 원도심에 역전시장, 중앙시장, 내토시장, 동문시장, 약선음식거리 등 여러 개의 전통시장이 위치해 있다. 예술의전당과 엽연초 근대문화유산이 있다. 2020년 하반기에 중앙선 현대화사업이 마무리되면 서울에서 제천역까지 50분 거리다. 역전 앞 여인숙 골목을 여행자호텔로 만들고 제천의 맛과 멋과 풍류를 담은 공간을 꾸미기로 했다.

제천은 천혜의 자연을 뽐내고 있는 청풍호가 있으니 내륙의 바다다. 의림지를 비롯한 제천10경은 보석같은 관광자원이다. 아름다운 풍경, 역사자원, 추억의 맛이 함께 하고 있으니 매년 관광객이 문전성시다. 제천국제음악영화제의 명성도 자자하다. 이제는 한국을 뛰어넘는 글로벌 관광지, 체류형 관광지로 도약할 일만 남았다. 올 겨울 추억여행을 하고 싶다면 제천을 추천한다. 그곳에서 삶의 향기 몇 점 만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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