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병익 충청북도교육삼락회장

등잔불 심지 낮춰 양말 깁던 어머니 / 바늘 몇 땀 뜨는 사이 자욱 눈은 쌓여가고 /차가워진 구들장 꺼진 불씨 토닥일 때 / 주름주름 밀려온 잠 하품으로 밀어내며 / 버거운 삶 헹구다 말고 봉긋한 웃음 만드나 / 필자의 시 ‘겨울 어머니’ 전문이다. 세밑, 어머니 그림에 행복하다. 밤늦도록 여덟 자식 양말을 기워 차곡차곡 쌓일 때, 당신 먼저 따습다던 소소한 행복은 매서운 추위 쯤 저만큼 물러 명화(名畫)가 됐다. 머잖아 어머니 세월을 추월할 다섯 째 아들(필자)은 아직 제대로 된 대꾸조차 못한다.

서민 뒤통수를 마구 갈긴 일부 지도층의 딴 짓거리, 노블레스 오블리주는커녕 권력 넘친 중독을 공정으로 위장하고 봉합하는데 유독 지루하게 염장을 질러댄 한 해였다. 공무(公務)까지 제치고 사리사욕에 훨씬 재주를 부렸다. ‘소(小)·확·행’ 문패 아래서 ‘다(多)·확·행’ 도박 의심을 꿈쩍하지 않았다. ‘달도 차면 기운다’ 는 배경(背景)의 수명조차 깜빡한 걸까. ‘큰 사람 잣대는 낮은 듯 작고 깨끗함’이라며 탐욕과 끗발을 모른 순수, 어머닌 평생 무채색 77년 행복 시(詩)를 쓰셨다.


완장을 차면 자아를 잃는 통제 불능 상태였다. 그러나 오심에 자유로울 수 없다. 대부분 방독면을 쓸 겨를도 없이 대피소를 잃게 된다. 재갈 물렸던 소위 측근 입에서 갈가리 찢긴다. 이런 상황은 우리의 생존과 도약에 또 다른 도전을 요구하고 ‘공정’이야말로 안보 상위 수준인 생존 필수 과제다. 아무리 변혁을 전제한 칼날이라도 제 식구 챙기기나 감싸려들 때 면역력만 높인다.

명심보감에 ‘권세란 끓는 물 뿌려진 눈’이라 했다. 그러나 ‘협치·상생’ 모두 비대칭 낱말로 끄떡하지 않았음을 눈치 챈다. 정치·교육·사회·경제 성장률 모두 버거웠다. 이유는 간단하다. 평소 상대방 지체나 무사안일을 탓할 뿐 추스르는 일엔 모른 체였다. 결국 우울한 성적표를 받고도 창피를 모른다. 너무 쩨쩨하고 굼뜬 건 아닐까.

역사적으로 행복한 사람은 당당했다. 자기·주변 솔선수범을 앞 순위에 두었다. 그러나 현실은 ‘나 잡아 봐라’다. 도덕적 기준 일탈 등 화(禍)의 자초가 끊이질 않는다. 먹잇감에 휘둘려 국정 동력을 잃은 과거 정권 판박이, 대부분 두터운 복면을 쓰고 ‘증거 불충분·혐의 없음’ 근육만 불린다. ‘투기, 대출, 위조, 표절, 특채, 무마…’를 슬그머니 대물림하려다보니 반성문은 고사하고 되레 큰 소리 땅땅치는 뻔칠이 행세다.

전국 교수들이 선정한 금년 사자성어가 공명지조(共命之鳥)다. 우리 정치권의 극렬한 다툼을 넘어 분열과 편싸움으로 얽힌 안타까움 맞다. 무슨 낯으로 벼슬을 허둥대다 변명의 거품까지 물지 아리송하다. 누굴 원망하랴. 국민 공동책임이다. 연말 희망 끈에 환호한다. 운명을 바꿔보겠다던 의지의 사나이, 베트남 60년 과제 해결 영웅 박항서 축구감독이 헹가래를 탔다. 대한민국 긍정 메시지다. 특별한 내년 설렘의 새해가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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