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청원 통합을 놓고 그동안 대리전 양상을 펼치는 듯한 남상우 청주시장과 김재욱 청원군수가 전면전을 붙을 태세다. 통합에 관한 한 거의 청주시가 선제공격(?)을 하다시피 했는데 이번에는 김 군수가 마음먹고 받아치는 양상이다.

김 군수는 지난 16일 서울에서 지역언론 기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그동안 남 시장에게 품었던 불편한 속내를 여과 없이 드러냈다. 한마디로 통합을 하고 싶으면 상대방을 설득하고, 자기 편으로 끌어당겨야 하는데 이런 게 전혀 없이 일방적으로 나간다는 것이다. 그리고 남 시장이 가장 듣기 곤혹스러워 하는 '통합시장 불출마'를 요구했다. 그게 있어야 사심없이 통합하려 한다는 남 시장의 호소가 약발이 먹히지 그게 빠지면 진정성을 얻기 힘들다는 얘기다.

덧붙여 자신 역시 통합을 원천적으로 반대하는 게 아니라고 했다. 장기적으로는 그렇게 나가야 하나 지금은 때가 아니라는 것이다. 지금까지 숱하게 통합 얘기가 나오고 청주시, 또는 남 시장이 '통합 펀치'를 날려도 무대응으로 일관하더니 한꺼번에 많은 걸 토해냈다.

2% 부족한 두 자치단체장

그러나 김 군수의 그날 작심 토로는 늦은 감이 있다. 자신이 원하지 않았지만 어쨌거나 청주청원 통합이 지역의 최대 이슈로 떠올랐고, 그것 때문에 청주·청원 지역민들이 패가 갈려 감정싸움을 벌인지가 오래된 걸 감안하면 '지각반응'이었다.

물론 김 군수의 '무딘'반응만 잘못된 게 아니다. 통합이라는 원칙론만 세운 채 상대방이야 따라오든 말든 일방통행식으로 몰아 붙인 청주시와 남 시장의 행정 스타일도 100점 짜리는 아니다.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고 비록 지금은 생각이 다르고, 나아가는 방향이 틀릴지망정 지역을 아낀다면, 그리고 주민복지 증진과 지역발전을 위해 통합을 추진하는 것이라면 상대방을 여론광장으로 끌어와 공론화 시키는 노력이 있어야 했는데 그것이 부족했다.

두 자치단체장의 반목은 시민단체들이 대신 나타냈다. 통합을 찬성하는 단체와 쌍수 들어 반대하는 단체끼리 서로 내갈 길만 갔다. 통합을 찬성하는 '청원청주통합군민추진위원회'는 청원군 14개 읍·면을 돌며 공청회를 가질 예정이다. 이미 두 차례를 열었다.

이 과정에서 통합을 반대하는 '청원사랑'과 곳곳에서 부닥치며 파열음을 냈다. 청원청주통합군민추진위원회는 청원군이 공무원을 내세워 조직적으로 자신들의 활동을 막는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청원군 공무원들이 주민들이 원하는 게 뭔지도 모른 채 민의에 위배되는 행동을 일삼는다고 공격했다.

청원군 공무원과 청원사랑도 가만있지 않았다. 정작 주민들은 통합이 싫다며 가만히 있는데 왜 설치고 다니느냐고 힐난했다. 청원군 공무원노조까지 나서 청주시가 통합에 집착한 나머지 주민들을 분열시킨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청원청주통합군민추진위는 이에 대해 "청원군수 홍위병 노릇 그만하라"고 반박했다.

내 맘대로 못하는 시장·군수

이렇게 통합을 하든, 안 하든 결정 권한을 쥐고 있는 시장과 군수는 뒷전에 물러나 있는 상태에서 애꿎은 주민들만 목에 핏대를 세워가며 대리전을 벌였다. 그러다 그동안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던 청원군수가 한마디 한 것이다.

이제 통합의 공론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자신이 좋다고 무작정 밀고 나가서도 안 되고, 자신이 싫다고 입밖에 내는 것조차 눈치를 줘서도 안 된다. 그러기에는 이미 통합이 지역의 화두로 자리잡아 고민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양쪽이 함께 공청회 같은 걸 가지며 의견수렴을 하는 노력을 보여줘야 하고, 통합에 대한 찬·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워낙 입장 차가커서 공동으로 뭘 하는 게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단독으로라도 통합 논리를 만들어야 하고, 왜 통합에 반대하는지 명확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자치단체장이라는 자리는 마음에 드는 일만 하는 위치가 아니다.

▲ 박광호 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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