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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준목 괴산 목도초 교사 |
영국의 한 출판사에서 상금을 내걸고 '친구'에 대한 말의 정의를 독자들에게 공모한 적이 있다. 1등은 다음과 같은 글이었다. " 친구란, 세상이 다 내 곁을 떠났을 때 내 곁에 남아있는 사람이다."
인디언 말로 친구란 '내 짐을 대신 짊어지고 가는 사람'이라고 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친구에 대한 정의가 아닌가 한다. 세상 사람들이 다 외면할 때 곁에 남아 대신 짐을 짊어질 그 누군가가 존재한다면 외롭지 않은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사춘기 시절 부모보다도 더 많은 영향을 미치는 존재가 친구이다. 공부 잘 하고 아무 문제를 일으키지 않던 자녀가 갑자기 돌변하여 나쁜 행동을 하고 다닌다면 그 친구들을 점검해 보아야 한다. 반드시 나쁜 행동을 하는 친구를 사귀면서 시작된 일일 것이다. 근묵자흑이란 말처럼 먹을 가까이 한 사람은 검을 물이 들고 한번 든 물은 아무리 노력해도 잘 빠지지도 않는다.
옛날부터 우리나라 사람들은 친구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그래서 어떤 친구가 진정한 친구인가에 대한 이야기도 만들어 교훈을 주고 있다. 매일 친구들과 어울리며 방탕한 생활을 하는 아들에게 진정한 친구가 몇이나 되는지 아버지는 물었다. 모두 진정한 친구라고 자신 있게 말하는 아들에게 아버지는 연극을 하게 한다. 죽은 돼지를 자루에 넣어 메고 친구에게 찾아가 피치 못한 사정으로 사람을 죽였으니 숨겨 달라고 말한다. 하지만 아들의 친구들은 그 누구도 그를 숨겨주기는 커녕 싸늘하게 외면하고 사건에 연루되어 복잡해 질 것을 우려하여 그와 친구라는 사실도 부정하고 만다. 그런 반면 단 한 명 뿐인 아버지의 친구는 아무 말 없이 친구를 받아들이고, 따뜻하게 대해 주며 아버지의 편을 들어준다. 그 모습을 지켜 본 아들은 그동안 자신이 사귄 친구들이 하나같이 진정한 친구가 아니었음을 통감한다.
이야기에 나오는 아버지의 친구 같은 진정한 친구가 단 한 명이라도 있으면 인생은 외롭지도 않고 살아갈 힘이 솟아날 것이다. 학창 시절 성적 다음으로 고민이 친구라고 말할 만큼 친구는 참 중요한 존재이다. 50대 이후의 여자들은 돈과 친구만 있으면 잘 산다는 유머가 나올 만큼 친구는 전 생애를 거쳐 생활의 활력소와 같은 존재이다.
친구를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는 말이 있듯이 사람들은 끼리끼리 모인다. 자녀가 친구 때문에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는 부모가 참 많다. 하지만 꼼꼼히 따져보면 그 자식의 내면에 그런 성향이 존재하기 때문에 그런 친구를 만난다는 등식이 성립한다. 취향이 비슷한 사람들이 친구가 되기 때문에 좋은 친구를 만나려면 자신이 먼저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좋은 사람에게 촉각이 곤두설 수 있는 것이다. 자녀가 행동이 바른 친구들과 어울리기를 원한다면 그 자녀부터 바른 행동을 하도록 지도해야 한다.
인생을 결정지을 수 있는 친구 선택에 신중을 기해야 할 때가 사춘기 시절이다. 아직 정체감이 확립되지 않은 청소년들이 친구의 행동을 모방하는 일은 스폰지가 물을 흡수하는 것 만큼 쉽고도 신속하게 이루어진다. 한 번 흡수된 물은 누군가가 힘을 들여 짜지 않고는 스폰지에 그대로 남아 오래도록모양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서로서로 좋은 친구가 되어 주어야한다. 한 사람 한 사람이 바른 행동을 한다면 모두 좋은 친구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자녀의 나쁜 친구들만 탓하지 말고 자녀가 좋은 친구가 될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세상이 다 내 곁을 떠났을 때 내 곁에 남아 내 짐을 짊어지고 갈 만한 친구가 과연 몇 명이나 되는지 눈을 크게 뜨고 한 번 살펴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