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를 덧나게 해서는 안된다

이제 막 지천명의 나이에 들어섰건만, 요즘에는 당췌 보는 것, 듣는 것, 아는 것이 많아질 수록 마음이 더욱 번거로워 진다. 그렇다고 이를 회피하고 산속으로 들어가 살 수도 없는 노릇이다.

어려운 경제상황이 나아지는 기미가 보이지도 않은 가운데, 크게 세 가지 일들이 마음을 번거롭게 한다. 고 노무현 전대통령이 세상을 버린 이후 남아있는 마음의 상처가 아직도 크다.

북한과의 관계는 나빠질대로 나빠져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가늠하기가 어렵다. 화물운송업계에서 무한경쟁에 내던져져 택배요금 30원 인상문제로 목숨을 달리한 어느 조합인의 이야기가 나빠진 경제상항을 웅변하며, 아직까지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아 마음이 번거롭다.

때로는 스스로도 참 오지랖 넓은 양반이다 싶다. 청년기 또는 더 내려가 유년시절을 되돌아 비교해 보면, 나이가 들면 세상일 하고 많은 것들에 참견하고픈 때가 된 것이 아닌가 싶다. 그때에 부모님이나 주위 어른들이 그랬으니까…. 이제는 이미 나이가 그렇게 된 것이고, 굳이 피하고 싶지도 않다. 어떡하겠는가. 마음이 아픈 것을.

조문정국이라 해서 이에 편승한다고 핀잔을 준다든지, 아직 남은 분향소를 강제로 내치우다 눈총을 받는 일도 있다. 상처 입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덧나게 해서는 안된다. 당분간 그냥 내버려 두었으면 좋겠다. 그냥 내버려 두기를 바란다. 불과 얼마 전 있었던 조문행렬은 분명 허깨비가 아니다.

강제로 누가 시켜서 가보라 해서 동원된 허깨비 가 아니었다. 할일 없이 구경나온 사람도 아니고, 자발적으로 그냥 비통한 마음에 이끌려 나왔던 사람들이다. 슬퍼할 눈물이 남아있어 슬퍼서 아직도 우는 이들에게 뭐 그리 딲딱거리며 닦달하려 드는가. 오히려 많은 사람들이 시간을 두고 마음의 상처가 치유 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고민해 보는 것이 더 성숙한 사회로 나아가는 길이 아니겠는가.

당장 오늘을 먹고 사는 문제로 근심이 많은 민초들에게 너무 매몰차게 딱딱거리는 것 같아 아쉬운 것이다.

또,택배회사는 인터넷 상거래가 활성화되기 시작하면서 그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인데,무한히 계속된 가격경쟁으로 자본력이 달리는 소규모 영세업체가 무너지면서 기존의 대형 운송업체 중심으로 운영되는 형국이다.

기존의 택배회사들은 형편없는 하청가격으로 업종을 유지하고, 말단 택배인들은 잠시도 걸어 다닐 수 없을 정도로 하루종일 뛰어다니며 일을 해도 먹고살기가 빠듯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유심히 택배인들을 관찰해보니 하나같이 걷는 사람이 없다. 아무리 짧은거리도 늘 뛰어다니는 것이 보인다. 속도전이다.사소한 일일지 몰라도 그렇지 않다.생각해 볼일이다.

더이상 가격경쟁에 내몰린다면 최말단의 택배인들 발걸음은 어떻게 해야 더 빨라질 수 있을까? 빠르게 할 수 있는 방법은 과연 있는 것일까? 어디까지 내몰릴지 알 수가 없다.

총체적인 해결방안을 진지하게 검토해 볼 일이다.이 문제에 골몰하다 죽은이들을 위해서라도….

▲ 정창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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