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성균 제천·단양 주재 국장

 

[목성균 제천·단양 주재 국장] 우리 민족은 고향에 대한 집념이 강하다.

서양 사람들은 환경과 직업에 만족하면 그곳을 고향으로 생각하며 여생을 보내는 것이 그들의 철학이다.

떠돌이 유민민족인 탓도 있겠지만 고향에 대한 집념이 그만큼 강하지 않은 듯하다.

하지만 우리는 어느 민족보다 고향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

마치 태어난 곳에 말뚝이라도 박아 놓고 고무줄을 연결해 놓았는지 고향을 떠나 있다가도 언젠가는 돌아오는 것이 순리라고 믿고 있다.

먼 옛날 우리 민족은 전쟁터로 떠나는 아들과 남편 등에 바늘로 찔러 문신을 남겨 가족들이 알아 볼 수 있도록 했다.

풍습처럼 여겨졌던 신체 문신은 한국전쟁이 일어났던 해에도 이어졌다고 한다.

고향을 떠나 전쟁에 나가 죽어서라도 고향에 묻히고 싶은 바람을 담은 '부병자자(赴兵刺字)'풍습이다.

북에 고향을 두고 온 실향민은 가볼 수 없는 고향을 두고 평생을 가슴 시리도록 아파하며 그리워한다.

살아생전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면 죽어서 뼈라도 고향의 양지바른 곳에 묻혀야 안정을 찾는 귀소(歸巢)민족이다.

그만큼 고향에 대한 정착성과 동질성이 신앙처럼 강하게 버티고 있다.

4월 총선을 앞두고 고향을 찾아 출마를 저울질하는 '정치철새'들이 날갯짓을 시작했다.

이들은 젊어서 고향을 떠나 직장생활 등을 하며 한시도 고향을 잊은 적이 없고 고향발전을 위해 고심해 왔다는 진지한 표정이다.

일부는 현재의 고향이 매우 낙후되고 발전이 되고 있지 않다며 '자신이 하면 달라질 수 있다'고 호들갑을 떤다.

얼떨결에 들으면 고향사람들이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밥이나 축내며 고향이 망가지도록 방치했다는 이야기로 들릴 수도 있다.

인구가 적은 소도시에서 선거철이면 곧잘 먹히는 설득력 있는 주장 같기도 하다.

말 같지 않은 소리다.

이들은 하나 같이 중앙정부 인맥까지 손이 닿고 있어 당선되면 지역발전에 큰 힘이 된다고 큰소리친다.

마치 '과자 포장지가 고급스러우면 그 안에 들어 있는 과자 맛도 좋을 것'이라는 심리 효과를 얻으려는 것이다.

자신의 본질과 살아온 환경, 행동은 생각하지 않은 채 후광을 마치 자신의 발광처럼 뽐내며 설친다.

이 같은 행태는 지역 주민을 업신여기고 우습게 보는 처사다.

최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으로 전국이 얼음장처럼 얼어붙어 언제 녹을지 모른 채 전 국민이 공황상태에 빠졌다.

거기에 선거까지 겹쳐 주민들은 혼란스럽다.

이들이 왠지 서투르다는 생각마저 든다. 최소한 이들에게 염치가 있었으면 한다. 

고향이 선거철만 되면 돌아와 먹이 감을 찾는 철새 도래지가 아니다.

인물을 떠나 인간적인 공감이나 신뢰가 가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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