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순 한국커리어잡스 대표이사

 

[충청광장] 유인순 한국커리어잡스 대표이사

"참을 수가 없도록 이 가슴이 아파도, 여자이기 때문에 말 한마디 못하고, 헤아릴 수 없는 설움 혼자 지닌 채, 고달픈 인생길을 허덕이면서, 아 참아야 한다기에 눈물로 보냅니다, 여자의 일생" 지난날 필자의 18번이었다. 시집살이에 지친 마음을 대변해준다고 여겨 젊은 시절부터 늘 흥얼거리던 가사이다. 노랫말처럼 주어진 인생을 거부 못 해 울보처럼 살았다. 그러나 어느 때부터인지는 모르나 이 노래를 잊고 살았다가 며칠 전부터 이 노래가 다시 생각났다. 
 
"나는 열세 살 때 이화여중에 입학했고, 학교에서 행주치마에 비춘 유관순열사의 흑백 영상을 보는 순간 열사의 정신이 인생의 철학으로 각인되었어요. 그때부터 열사의 숭고한 정신을 기리는 일을 하면서 살리라 다짐했지요. 유관순 열사는 이화학당의 36년 선배님이지요. 대학에서 영어 교육을 전공하고 우리은행 본점에서 근무하던 커리어우먼이었지만 어릴 때 받았던 유관순열사에 대한 감동으로 늘 열사의 얼이 담긴 곳에서 보람된 일을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서울 토박이가 천안으로 삶의 터전을 옮겨 중학교 영어 선생이 되었지요. 그러나 가까이서 사적지를 찾아갔을 때 초라하게 방치된 사적지를 보고는 죄책감이 들었어요. 독립운동가인 유관순열사에 대해 너무도 무심한 환경을 보며 나에게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을 느꼈지요. 3년만 더 하면 연금을 받을 수 있다는 만류를 뿌리치고 교사생활 17년 만에 퇴직했습니다. '유관순정신계승연구회'를 설립하고 혼자서 이 길을 걷기 시작 했습니다. 지금까지 사비를 털어 유관순정신 세계화를 주제로 한 청소년 영어 웅변대회, 영어 글짓기대회를 개최 했지요. 글로벌 시대에 유관순열사를 알리는데 영어가 매개되어야 한다고 굳게 믿었기 때문이지요. 지금까지 해마다 대회를 개최 하여 애국 인재를 양성하면서, 그들의 원고를 심사할 때마다 유관순정신세계가 얼마나 위대한지를 가슴깊이 느낍니다. 이제 83세, 고령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열세 살 어린 여중생이 받았던 감동이 내 일생을 통해 여전히 가슴에 뜨겁게 남아 있습니다. 나에게 남은 시간도 오로지 유관순열사의 정신을 세계에 알리는 일로 채울 것입니다. 그것이 이 여자가 선택한 '여자의 일생'입니다."

박인숙 '유관순열사 정신계승 사업회' 설립자님과의 만남은 시집살이에 지친 '여자의 일생'만을 생각했던 필자에게 남은 시간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큰 그림을 보여주셨다. 만난 지 한 시간도 안 되어서 우리는 오랫동안 같이했던 사이처럼 같은 말을 하고 있었다. 그 분을 만나기 위해 지금까지 걸어온 듯, 목적 없는 긴 여행에서 쉴 곳을 찾은 듯, 설레는 만남이었다. 유관순열사라는 하나의 주제로 이어지는 그분과의 요즘 만남이 행복하다. 유관순열사를 흠모하면서 수십 년간 고독하게 흘렸을 그 분의 눈물을 닦아 드리고 싶다. 세대를 뛰어넘는 우리들 '여자의 일생' 이 펼쳐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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