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에 氣 부족시 상기·단기 등 질병 다양

지난 회에 이어서 기병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내쉬는 숨이 많고 들이쉬는 숨이 적으며 호흡이 급한 것을 상기(上氣)라고 한다. 사기(邪氣)가 폐에 있거나 신기(腎氣)가 허하여 생긴다. 방귀가 자주 나오는 것을 하기(下氣)라고 한다. 심맥(心脈)이 부족하면 기가 오르지 못하여 방귀가 된다. 전간(癲癎)이나 노채 등 중병을 앓는 사람이 방귀를 자주 뀌면 죽는다.

호흡이 짧아서 이어지지 않는 것을 단기(短氣)라고 한다. 기가 치고 올라오는 것 같지만 그렇지 않고, 호흡이 잦기만 서로 이어지지 않고, 천증(喘證) 같지만 어깨를 들썩이지 않으며, 신음하는 듯 보이지만 아픈 것이 아니니 변별하기 어렵다. 천식으로 오진하기 쉬운데, 실제로는 숨이 급하고 짧은 것이다. 결흉(結胸), 수기(水氣)로 인한 정충), 풍습이나 허약체질이 원인이다. 대개 명치가 불러 오르면서 그득한 것은 실증으로 사기가 속에 있는 것이고, 명치가 부드러우면서 그득한 것은 허증으로 사기가 겉에 있는 것이다.

기운이 없어서 말을 제대로 할 수 없는 것을 소기(少氣)라고 한다. 폐가 허하면 기가 부족하여 호흡이 미약해지고 숨을 제대로 이어갈 수 없다. 신(腎)이 허하면 기력이 없어서 말을 잇지 못하고 뼈가 시큰거리며 나른하여 몸을 움직일 수 없다. 겁먹은 듯 기운이 없는 것은 수도(水道)가 흐르지 못하여 형(形)과 기가 흩어졌기 때문이다.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하루 종일 같은 말을 반복하는 것은 기가 빠졌기 때문이다. 비위(脾胃)가 상하여 중기(中氣)가 허하여도 그러하다. 상부에 기가 부족하면 귀에서 소리가 나고 머리가 기울어지며 눈이 어두워진다. 중부에 부족하면 대소변의 상태가 변하고 장(腸)에서 소리가 심하게 난다. 하부에 부족하면 다리에 힘이 빠지고 가슴이 답답하다.

사람의 원기(元氣)는 혈과 함께 순환하는데, 장부 사이를 마음대로 넘나들면 통증 적취 현벽 등이 생기고, 가슴에서 막혀 거슬러 오르면 가슴이 그득하고 찌르는 듯이 아픈 증상이 생기는데 이를 기통(氣痛)이라 한다. 대부분 칠정(七情)이나 음식이 울체되어 생긴 담음(痰飮) 때문이다. 상초에서 막히면 가슴이 답답하고 아프며, 중초에서 막히면 배와 옆구리가 찌르는 듯이 아프며, 하초에서 막히면 허리가 아프거나 산가(疝?)가 발병한다. 외부에서 막히면 온몸이 찌르는 듯이 아프거나 부종이 생긴다.

기가 서로 어긋나서 어지러워지는 것을 기역(氣逆)이라 한다. 심(心)에서 어지러워지면 가슴이 답답하고 묵묵히 머리를 수그리고 가만히 엎드려있고, 폐(肺)에서 어지러워지면 고개를 숙였다 젖혔다하고 숨을 헐떡이며 손으로 가슴을 누르면서 숨을 내쉬고, 장위(腸胃)에서 어지러워지면 곽란이 생기고, 팔뚝이나 정강이에서 어지러워지면 팔다리가 싸늘해지며, 머리에서 어지러워지면 머리가 무겁고 어지러워 쓰러진다. 뱃속에서 수시로 치고 오르는 느낌이 있거나 냉기가 밑에서 올라오는 것도 기역(氣逆)의 일종이다. 기가 잘 흐르지 못하고 울체되는 것을 기울(氣鬱)이라 하는데 명치가 막히거나 아프다. 기가 울체되면 습이 막히고 습이 막히면 열이 생기며 부종과 창만을 겸하게 된다.

오장의 음기가 모두 끊어지면 눈이 돌아가 정신을 잃으며 하루 반을 넘기지 못하고 죽는다. 육부의 양기가 모두 끊어지면 음과 양이 따로 놀고 주리가 닫히지 않아 절한(絶汗)이 난다. 아침에 조짐이 나타나면 저녁에 죽고, 저녁에 조짐이 나타나면 다음날 아침에 죽는다. 육부의 기가 외부에서 끊어지면 기가 올라와 다리가 오그라든다. 오장의 기가 내부에서 끊어지면 설사가 멎지 않고, 심하면 손발에 감각이 없어진다. 만약 양기가 먼저 끊어진 다음에 음기가 사라지면 그 사람이 죽을 때 반드시 몸이 푸르다. 음기가 먼저 끊어진 다음에 양기가 사라지면 그 사람이 죽을 때 반드시 몸이 누렇고 겨드랑이가 따뜻하며 명치에서 열이 난다.

▲ 박 성 규 예올한의원 원장 한의학 전문위원·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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