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 충주주재 부장

 

[이현 충주주재 부장] 코로나19 지역사회 감염이 현실화되면서 근거없는 억측과 비난, 원망이 확진자에게 감염보다 더 큰 아픔을 주고 있어 자제가 요구된다.

확진자가 비난받는 사회 분위기는 유증상자들에게 감염 검사를 회피하거나 지연시키는 원인이 돼, 비난한 자신을 포함한 모든 구성원의 피해로 귀결될 것이기 때문이다.

25일과 26일 2명의 확진자가 잇따라 발생한 충북 충주에서는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 1번 확진자에 대한 뜬소문이 난무했다.

슈퍼전파로 공분을 사고 있는 신천지교회를 결부시키거나 남편이 감염 위험지역을 다녀왔다, 이직을 준비 중이던 새 어린이집에 출근했고, 수안보 목욕탕을 갔다는 등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 제보(?)가 쏟아졌다.

하지만 충주시가 27일 확보한 신천지 교인 명단에는 확진자는 물론 그 가족과 밀접 접촉자도 일치하는 이름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고, 사실인양 떠돌던 동선도 실제와 전혀 일치하지 않았다.

코로나19에 대한 공포가 검증없이 공격성으로 표출된 결과다.

그러나 무분별한 공격에 입을 닫고 있던 1번 확진자가 일부 커뮤니티에 올라 온 격려 글에 댓글로 상황을 설명하자, 오히려 그의 처지에 공감하며 격려하는 댓글이 수백 개 달렸다.

“아픈 것도 힘든데 걸린 것보다 이 현실이 더 슬플 듯”, “책임감 있게 빨리 검사받은 용기를 오히려 응원하고 싶다”, “힘내세요~빨리 쾌차하시길” 등이다.

로빈슨크루소의 작가 대니얼 디포는 ‘위험에 대한 공포는 위험 그 자체보다 천 배나 무겁다’고 했다.

심리적인 공포가 실제로 맞이하게 될 현실보다 훨씬 크게 형성돼 오히려 제 발목을 잡는다는 얘기다.
지금 우리가 처한 형국과 그리 다르지 않다.

코로나19에 대한 공포가 확진자에 대한 억측과 비난으로 이어져 누군가를 선별진료소 앞에서 머뭇거리게 한다면, 그로 인한 피해는 모두에게 돌아오게 된다.

오죽하면 의료계가 신천지교회에 대한 비난만이 능사가 아니라며, 교인들이 남의 눈을 의식하지 않고 검사받을 수 있도록 선별진료소 확충을 권고하겠나.

확진자는 피해자이고, 공포는 아무 일도 못하게 할 뿐이다.

위험에 대한 공포를 키워 혐오를 만들고 혐오를 키워 고립을 만들면, 스스로를 옥죄는 더 큰 위험으로 돌아올 뿐이라는 단순한 명제를 한 번 더 되새기자.

확진자도 우리가 매일 인사 나누던 평범한 이웃이고, 가족이고, 우리 자신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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