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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야 까꿍?김복회 전 오근장 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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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3.04  14:3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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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시론] 김복희 전 오근장 동장 

아들이 온다고 하면 괜히 마음이 분주하다. 가까이 살고는 있지만 자주 못 보는데 쉬는 날이라고 온다는 했다. 아들과 함께 들어온 며느리가 가방을 내 앞에 놓으며 “어머님, 가방에 달린 고리 좀 보세요.” 한다.

아무 생각 없이 고리를 보니 ‘임산부 등록’이라는 글씨가 눈에 확 들어온다. 벌렁거리는 가슴으로 와락 며느리를 껴안았다. 고맙다는 말이 나도 모르게 연신 나온다. 3년 동안 학수고대하던 손자가 생기다니 이 보다 더 기쁘고 좋을 수는 없다.

그동안 아들내외가 신경 쓸까봐 손자얘기는 입 밖에 꺼내지도 않았다. 그저 필자가 할 수 있는 거라곤 간절히 하나님께 기도만 드릴뿐이었다.

며느리는 임신 소식을 필자의 생일 선물로 주고 싶었다고 했다. 조금 자란 아기의 심장 소리와 함께 알리고 싶었는데 내색 없이 기다려준 시어머니에게 더 이상 감출수도, 참을 수도 없었다고 했다.

며느리의 마음 씀씀이가 너무 고마웠다. 임신 소식을 듣기 전 어머님이 멧돼지 꿈을 꾸었다며 태몽 같다고 했지만 그 동안도 그런 일이 몇 번 있어 그냥 넘겼었다. 같은 시기에 결혼한 친구들의 손주를 보면서 내심 부러웠는데 이제는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요즘 손자 자랑 하면 돈 줘서 내보낸다고 하는데 입이 근질거려서 자랑을 안 할 수가 없다. 아기가 귀한 시절이다 보니 축하 인사도 많이 받았다.

며칠 전 핸드폰으로 태아 사진이 왔다. 그것도 흑백이 아닌 칼라로 말이다. 아무리 보아도 아직 형체를 구분 할 수가 없다. 경험자인 딸은 아기가 까꿍 하고 있다는데 내 눈엔 영 가늠이 안 된다. 펜으로 자세히 그린 며느리의 설명 뒤에야 까꿍 하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신비스럽기가 그지없다. 참으로 좋은 세상이다. 아직 성별은 알 수 없다고 하는데 “딸이 좋아요, 아들이 좋아요” 하는 며느리에게 외손자가 있으니 손녀딸이었으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손녀딸이었으면 좋겠다고 말은 했지만 “저는 오빠 닮은 아들이었으면 더 행복 하겠어요” 답하는 며느리의 말이 어쩜 그리도 예쁘고 사랑스러운지… 필자도 어쩔 수 없는 팔불출인가 보다

얼마 전에는 태아보험을 가입한다 하여 보험설계사인 친구를 소개해주었다. 친구는 태아보험료는 할머니가 많이들 내준다며 필자보고 내란다. 나이 먹으면 입은 닫고 주머니는 열어 놓으라더니 이제부터 주머니를 열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다.

요즘 아이들 키우기가 힘들어 출산을 기피 하는 젊은이들이 많다.

시집간 딸이 손자를 키우는 것만 봐도 육아가 쉽지 않음을 안다. 제 삶을 포기하고 오직 아이를 위해 살면서도 힘들고 싫은 내색 없이 잘 이겨내고 있는 것을 보면 대견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다. 결혼을 기피하고 자식도 낳지 않는 젊은이들이 점점 많아져 걱정이다.

박두순 시인은 “아가의 존재는 가족을 한데 묶는 강한 끈이다”라고 했다. 육십이 넘었음에도 자식 하나 없이 살아온 시동생 내외의 삶을 지켜보며 자식은 가족을 묶어주는 강력한 끈임을 통절하게 느낀다.

한 가정을 엮어줄 강한 끈이 오늘도 잘 자라주길 기도하면서 아가야! 까꿍?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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