漁當(어당) 박 문 순 화백

독창적인 화풍으로 전통 범선(帆船)을 재현해 온 어당(漁當) 박문순 화백(62·사진). 붓과 먹의 인생 40년 동안 조선시대 범선을 화두로 달빛이 고요하게 비치는 바다에서 고기를 잡는 범선 그림은 특유의 스타일과 필치로 그만의 독보적인 그림세계를 규정하고 있다.
검은 먹만으로 표현된 작품들은 어부의 힘찬 몸짓을 통해 미래에 대한 굳센 희망을 전한다.
전남 해남군 송지면에서 태어난 박 화백은 대대로 어부 생활을 하며 배를 만들어온 집안 역사가 그의 몸에도 흐르고 있다.
자연스럽게 박 화백의 그림에 돛단배가 등장했고, 어는 새 전통 범선화의 독보적인 세계를 구축했다.
한국 전통범선 연구회 회장을 맡고 있는 박 화백은 배에 대해 정식으로 배우지는 못했지만 범선 제작의 실무에서는 수준급이다. 범선 제작에 필요한 못의 갯수까지 정확히 알고 있을 정도다.
전통 범선의 돛에는 그림이 없지만 그의 범선 돛에는 특이한 그림이 있다. 그의 그림에는 태양과 달, 바다 그리고 항상 빠짐없이 범선이 등장해 '한국 범선화의 최고봉'이라고 불린다
박 화백이 범선의 매력에 빠진 것은 그의 유년시절 항상 곁에 있었던 배의 영향도 컸지만 가장 한국적인 미를 세계를 알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박 화백은 지난 1989년 일본 동경 전시회 준비를 위해 작품을 구상하던 중 '범선'이 떠올랐다. 국제무대에 첫발을 내딛게 된 박 화백은 외국 사람들에게 한국의 역사와 전통을 붓으로 표현해 주목을 받았다.
박 화백은 일본 전시회를 시작으로 범선을 통해 전 세계에 한국의 전통과 역사를 전파하기 위해 국내 무대보다는 세계 무대에서 주로 활동을 하고 있다.
그의 작품은 일본,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여러 지역에서 작품 전시회를 개최해 호평을 받기 시작했고, 지난 6월 11일 충청일보 주관으로 중국 우시에서 열린 아시아 태평양 슈퍼모델 중국지역대회에서 5분만에 화려한 작품을 선보여 주목을 받았다.
어부들의 일상 생활이 매우 고된 것처럼, 그의 화폭 속에는 변화 무쌍하고 파도가 높은 해안의 풍경들이 녹아 있고, 진정한 예술혼에 원천이 됐다.
한국 전통 범선에 관한 테마로는 유일하다.
박 화백의 모든 작품들이 동양적이지만, 현대적인 강한 인상과 전통이 풍부하게 담겨 있다.
그는 그만의 스타일로 뛰어난 기법과 독창성과 기발함으로 역동적인 한국 전통 범선화의 독보적인 세계를 펼치고 있다.
최근에는 붓을 잡는 시간보다 대패로 나무를 다듬고 망치로 두들겨 쪽을 맞추는 작업에 더 매달리고 있다. 바닷가에서 태어나 젊은시절 주로 배를 그리며 우리나라 전통 배가 사라져가는 것을 안타깝게 바라보다 직접 연구하고 만들게 됐다.
지난 해 8월에는 고려 왕조 500여 년간 최고급 청자를 싣고 강진에서 개성까지 바닷길을 누비던 청자 보물선을 복원해 화제가 됐다.
전통 배 21척이 완성되면 바다에 띄우고 박물관도 지을 계획이다.
박 화백이 21척을 고집하는 것은 남다른 이유가 있다. 동해와 서해, 남해에서 이어져 내려오는 전통 배와 각 지역의 강배와 나룻배 등 우리나라에서 실제로 만들어 사용되던 배의 형태를 모두 종합해 보면 모두 21종이라는 것이다.
박 화백은 우리나라 전통 범선의 명맥을 잇기 위해 나무를 깎고 다듬는데 온 정성을 쏟고 있다.
박물관이 완성되면 다시 일본과 프랑스를 무대로 화가의 길로 돌아갈 계획이다.
박 화백은 "3면이 바다인 우리나라가 조선 강대국이면서 전통배 한척 없다는 것은 문제"라며 "화폭에서만 보여줬던 한국 전통의 배를 복원하는 것이 인생의 목표가 됐다"고 말했다.
박 화백은 "진정한 예술은 실력으로 평가받아야 한다"며 "자연의 순리에 따라 바른 길을 걸어가는 예술인들이 한국 전통의 미를 세계에 전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홍성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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