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탁 충북보건과학대 교수

[충청광장] 김종탁 충북보건과학대 교수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는 2019년 12월 중국 우한에서 처음 발생한 코로나19와 관련된 감염자가 확산하고 있어 불안과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1월 20일 국내에서 코로나19 첫 확진환자가 발생한 이후 짧은 시일에 대구와 경북을 중심으로 확진자 수가 7,000명을 넘어서면서 우리의 일상은 거의 마비된 상태다. 감염 경로를 알 수 없는 지역사회 감염이 나타나면서부터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 감염될지 모른다는 불안과 공포는 더욱 확산되고 있다. 확진자와 격리자, 그 주변의 가족과 지인뿐 아니라 매체를 통해 상황을 지켜보는 이들까지도 격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어느 시대나 국경을 막론하고 전염병은 유행했었다. 우리나라의 역병 최초 기록만 하더라도 기원전 백제 온조왕4년부터 시작돼 조선 후기에 이르러 더 많은 역병이 유행했다는 기록이 등장한다. 조선왕조실록에 사망자가 많이 발생한 역병만 하더라도 무려 79차례나 되고, 그 중 10만 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한 경우가 6차례나 된다. 심할 때는 50만 명 이상이 사망했다고 기록되었으니 전체인구의 5%가 역병으로 목숨을 잃었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 역병의 원인을 유대인 탓으로 돌리던 중세시대에 살지 않는다. 눈부신 과학의 발달과 의료기술의 혁신으로 관리수준과 빠른 검사체계로 인해 감염자를 치료하는 최고의 수준을 자랑하는 의료강국이다. 고통 받는 지역주민을 위해 생업을 제쳐두고 자원봉사를 지원한 의료진들이 의료용 마스크와 고글, 비접촉 체온계 등 의료 및 보호장비의 착용으로 땀투성인 채 고군분투하고 있다. 이렇듯 집단 발병이 나타난 지역에서 감염 위험에도 불구하고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몸소 실천하기 위해 수많은 의료진들이 바이러스와 사투를 벌이고 있는 중이다.

또한 지역주민들 역시 고통을 분담하기 위해 성숙된 시민의식으로 힘을 합치고 있다. 모두가 힘든 위기 상황 속에서도 이웃에 대한 따뜻한 나눔과 배려가 이제 더 큰 화합으로 이어져 ‘힘내라 대구·경북’ 등 응원의 해시태그와 포스팅이 퍼져나가면서 용기를 북돋고 한마음으로 응원하고 있다. 어렵고 힘든 때일수록 서로 격려하고 힘을 합쳐 위기를 극복하자는 희망과 화합의 바이러스가 퍼져나가고 있는 것이다. 상황이 엄혹한데도 누군가의 어려움과 수고가 눈에 들어오고, 미안함과 고마움에 도움과 나눔을 함께 할 방법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어 다행이다. '사람이 희망이다'라는 조금은 식상한 말이 절로 떠오르고 어느새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요즘이다.

국가적인 재난이나 위기에 봉착하게 되면 우리의 시선은 당연히 정부를 향할 수밖에 없다. 진영논리를 떠나 정부가 최적의 역량을 발휘해 나와 가족을 위험에서 구해주고 작금의 위기를 슬기롭게 이겨내 주길 원한다. 행정권한과 예산을 바탕으로 대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주체는 결국 공무원 관료사회를 중심으로 한 정부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부의 대책과 시스템이 조금은 어설프고 부족하다 할지라도 지금은 누구의 잘잘못을 따질 때가 아니다. 정부의 대책과 방역체계를 믿고 우리 모두가 힘을 합쳐 함께 극복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과 배려가 필요한 시점이다. 더 힘들어하는 어떤 지역과 집단이 있다면 원망하고 비난할 게 아니라 오히려 이해하고 돕자는 성숙된 공동체 의식을 발휘할 때 바이러스와의 사투에서 승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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