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재국
청주 세광중교사 문학평론가
며칠 전 한국교원대학교에서 설동근 부산광역시 교육감의 강연을 들었다. 그는 12대 보궐선거에서 교육감으로 당선된 뒤 3선 연임이라는 관록을 지닌 인물이다. 설교육감은 '부산발 교육혁명'에 걸맞은 소신과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남다른 의지를 보였다. 아래에서는 부산발 교육혁명을 토대로 공교육 정상화 방안을 강구해 보고자 한다.

첫째, 우수교사의 연구 수업 공개이다. 우수한 교사의 수업을 릴레이식으로 시도교육정보원홈페이지에 공개하여, 다른 교사들이 벤치마킹을 하도록 한다. 벤치마킹이란 우수한 대상을 찾아 성과 차이를 확인하고, 운영 프로세스를 배우면서 자기 혁신을 추구하는 경영 혁신 기법을 말한다. 여기서 벤치마킹 프로세스는 '대상 선정→팀의 구성→파트너 확정→정보 수집 및 분석→실행' 순으로 운영되는 과정이다.

둘째, 학부모와 함께하는 수업 개선이다. 이 모형은 일본 도쿄대가 학습시스템을 지원해 주는 한 일본의 초등학교를 벤치마킹한 것이다. 학교에서 일정한 교육을 수료한 학부모들을 격주 간으로 시행되고 있는 토요 가정학습일 강사로 투입시킨다. 학부모 강사들은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거나 재량활동, 특별활동, 체험활동 등의 활동을 하게 된다. 셋째, 무학년, 탈학교제 보충수업이다. 무학년, 탈학교제 보충수업은 일종의 수준별 학습으로 학년이나 학교의 테두리를 벗어나는 모형이다. 정규수업이 끝난 학생들은 강의가 개설된 학교로 찾아가 수업을 받는다. 학교에서는 인근 몇 개의 학교와 연계하여 강좌를 개설하고, 학생이 원하는 학교 교사의 수업을 받도록 한다. 학생들은 자신의 실력에 맞게 선행학습을 하거나 복습을 할 수도 있고 부족한 단원만을 다시 배울 수도 있다.

넷째, 대학에서 배우는 제2외국어이다. 지금의 교육과정상 한 학교에서 여러 가지 제2외국어 과목을 개설하기란 쉽지 않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학교에서 개설한 한두 과목 중에 하나를 선택하여 수강하는 형편이다. 교육청과 대학이 협의하여 다양한 제2외국어 과목을 개설하면, 학생들은 방학을 이용하여 대학에서 수강하면 된다. 학생들에게 다양한 제2외국어 선택 기회를 주는 것은 세계화, 국제화라는 시대적 흐름에도 어긋나지 않는다.

다섯째, 병원학교 개설이다. 병원학교 개설은 학교나 교사 중심 교육이 아니라 수요자 중심 교육의 전형을 보여주는 모형이다. 병원학교는 장기적으로 입원하여 치료를 받고 있는 학생들을 위한 특수학교 형태로 운영된다. 수업은 학생 수준에 맞게 개인교습 방식으로 진행되며, 출석이 인정되므로 퇴원 후 바로 정규학년으로 복귀할 수 있다. 이 모형은 병원에서 절망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희망을 주고, 심리적으로 안정된 상태에서 치료 받게 한다는 효과도 있다.

여섯째, 독서활동의 대학입시 반영이다. 학생들의 독서활동을 대학입시에 반영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획기적 발상이다. 부산, 울산, 경남 지역 19개 대학과 부산시교육청이 학생들의 독서활동을 대입전형에 반영한다는 협약을 맺었다. 수능과 내신위주 선발이라는 현 대학입시제도에 신성한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독서활동의 대학입시 반영은 앞으로 독서활동의 확산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로 말미암아 잠재력과 창의력을 지닌 학생들이 제대로 평가를 받는 입시제도가 정착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공교육 정상화'는 마치 시대정신처럼 회자되고 있다. 공교육의 정상화는 어느 한 사람의 힘으로 달성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교육의 주체인 학생, 학부모, 교사가 삼위일체가 되어 교육의 미래를 위해 고민할 때 비로소 가능해 질 수 있다. 우리 모두 눈앞의 이기심을 버리고 희망찬 교육의 미래를 위한 지혜를 터득해야 하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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