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병익 전 충북단재교육연수원장

[오병익칼럼] 오병익 전 충북단재교육연수원장 

어디서 만들었나 샘 없는 하늘에서 / 방울방울 내려앉아 물길까지 놓으니 / 얼마나 힘센 걸까 실처럼 늘어져도 / 우물가 여기저기 수줍은 초록 / 무얼 만들려나  색색으로 물감 풀어 / 나비 떼 나리 춤, 바람에 실어 두고 /  필자의 동시 '봄비는' 일부다. 코로나19 비상으로 멈췄던 선거판의 미동을 느낀다. 펄펄 끓어야 할 총선 정국, '사회적 거리 유지'에 스킨십이 머쓱했다. 농협하나로마트·우체국·약국5부제·해외직구인지 출처 불명 마스크를 쓴 채 본선 링을 올랐다. 전략·단수 공천, 경선 결정, 홀로서기, 도래지에서 밀려난 후보자 등 엇갈린 운명과 마주하자니 초등학교 6학년 봄비 속  선거 추억이 떠오른다. 필자의 전교회장 캠프는 동생과 애향반원 여섯, 홍보랍시고 문종이에 이름 석자를 써 붙인 게 전부였으나 한 표 차로 당선됐다. '고무줄 끊지 않는 사이좋은 학교' 공약 덕분이었을까. 낙선자의 4학년짜리 여동생 표가 결정타였다는 걸 얼마 후 건너건너 들었다. '캐스팅 보트', 내겐 초등학교 교육과정 중 단연 엄지 척으로 꼽힌다.  

국회가 송두리째 고장 났다. 시스템 불량 아니고서야 이렇게 엉망일 수 없다. 법사위원회를 올라보지 못한 상임위 체류 법안, 입법을 한답시고 쪽지 예산과 바꿔친 몽니도 토픽감이다. '특활비 주머닛돈 쌈짓돈', 하지만 '관례를 갖고 왜 자꾸 왈가왈부'냐며 업무추진비 명목으로 바꿔 챙기는 '염불보다 잿밥'에 날 샜다. 누적돼온 특권의 표출이었다. 일방적 법안처리 지연 '필리버스터'의 허구 등등, 그래놓고 얼토당토않은 V-Vip 혈세절도 숫자를 늘리려 코미디도 벌렸다. 쇄신·청산 구호를 걸어 명패만 대통합이고 신당이지 '동상이몽(同床異夢)'인 수십 개 정당의 장난기 발동, 진짜와 가짜로 혼란스럽다. 이럴 때 전직 교원 민간단체(충청북도교육삼락회) 명함 '교육삼락당' 간판 하나 못 건 아쉬움일까. '손바닥 빌어 하늘 가릴 궤변과 술수가 뭔지도 모르면서'란 선배 호통에 여지를 남긴 셈이다.  

오로지 복수를 하느냐 대결을 막느냐 끼리끼리의 필살기만 따진 개점휴업·연속파행·식물국회의 주범은 초재선 중진과 여야 가리지 않았다. 총선 D-26일, 아직 부진을 만회할 호흡이 너무 느리다. 코로나19 행동강령 차원 선거운동 자제로 징징 거린다. 마구 쏘아대는 페이스북·카카오톡·문자 알림 음만 낯간지러울 뿐이다. 어리버리한 출마자의 경우 자기 지역구도 아닌 데 개인정보를 침해하며 헛기운을 뺀다. '특권 폐지, 세비 삭감, 전담 보좌진 축소'에 또 속을 유권자는 없다. 차라리 '특권 강화와 세비 대폭 증액, 전담보좌진 확대'가 매니페스토라면 훨씬 솔직할 듯싶다.

'사람을 설득하는 일, 범 잡는 것보다 쉽지 않은 노동'으로 명심보감은 밝히고 있다. 어쨌거나 충북 8개 선거구의 대진표, 볼수록 빡세다. 체급이 엇비슷해서 승패를 예단하기 어렵다. 더더욱 KO는 무리다. 그만큼 선거권자 피 선거권자 모두 적잖은 혼선 구도로 역대 어느 선거 보다 빅 매치일 건 분명하다. 출마와 선택, 누구도 옥죌 수 없는 참정권이지만 정치 수술은 국민 몫이다. 어떤 색깔 꽃 피울 봄비 적실까. 유권자 한 표야 말로 명의(名醫)와 돌팔이로 갈리는 묘한 시나리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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