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땅은 일단 사두면 가격이 오르잖아요"

지난달 30일 기획부동산 사기단 검거 보도 이후 충주지역에 토지를 매입했다고 한 시민의 말이다.

전통적으로 우리나라 국민들은 돈을 벌면 땅을 사둬야 한다는 정서가 강하다.

과거 농경사회였고 농업이 주를 이뤘던 사회문화상 땅은 가장 소중한 자산일 수 밖에 없다.

또 1970~1980년대 급격한 개발이 진행되면서 전국의 노른자위 땅은 땅이 아닌 '금'으로 변했고 하루 아침에 재벌로 변신한 사례는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어지간한 벽지산간 마을이 아니면 '땅=사두면 가격이 오른다'는 공식은 당연시 돼왔고 다양한 재태크 수단이 개발된 오늘에도 땅은 여전히 재태크 1순위 대상이다.

사람들의 이런 심리를 이용한 기획부동산은 본인들이나 토지를 매입한 사람들 대부분 "뭐가 잘못됐냐"며 수사를 진행한 경찰관들에게 되묻기 일쑤였다.

그도 그럴것이 시세보다 비싸게 팔기는 했지만 개발될 땅이라는 업자들과 땅값은 언젠가 오른다는 매입자들의 심리 모두 부동산 사기라는 말을 이해할리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피해자들은 이번 사건 진행과정에서 경찰들의 수사 진행과정에 비협조적으로 나왔다고 한다.

기획부동산 일당이 검거되고 언론에 이 사실이 퍼지게 되면 충주지역 땅값이 떨어질까하는 두려운 마음에서다.

기획부동산이라는 거창한 용어가 생기고 번듯한 사무실에 100여 명의 직원을 고용한 회사를 누가 믿을 수 있지 않겠나.

"좀 있으면 옆 마을에 신작로가 뚫리게 되고 그러면 땅값이 금값이 될거래"

이런 말에 땅을 샀다가 손해를 본 사람들을 어릴적 주위에서 한 두번 본 기억쯤 누구나 있을 것이다.

이번 기획부동산 사기와 다를바 없지 않나.

굳이 기획부동산이 아니더라도 우리 국민들 가슴 깊숙한 곳에 숨어 있는 일확천금의 꿈, 땅값은 무조건 오르니까 사두면 이익이다는 식의 사고방식이 사라지지 않는 한 제2, 제3의 기획부동산 사기단은 계속 나타날 것이다.

▲ 오도영
사회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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