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수 충북대 교수

 

[충청의창] 김성수 충북대 교수

사월은 잔인한 달이라 했던가? 여기 저기 화사했던 벚꽃이 핑크빛 가슴 설레는 봄을 선사하고 총총히 하늘을 딛고 내려와 기억으로 사라져 가고 있다. 시끄러운 시절이 잦아든 코로나선거 잔치도 끝났다. 누구는 떠나가야 하고 누구는 떠나보내야 한다.

시간은 세상을 때 맞춰 정리를 한다. 어느 한 순간 새로웠던 것은 시간에 따라 옛것이 되어가고 옛것은 기억의 언저리에서 맴돌다가는 이내 기억에서조차 사라진다. 시간을 무시하고 모든 것들이 기억된다면, 그 얼마나 무서운가! 어리석은 인간은 그저 천만년을 살 것처럼, 모든 것을 붙들고 발버둥 치다가, 불현 듯 시간이라는 무서운 존재에게 정리되어 순간적으로 우주의 존재에서 잊혀져간다.

잊혀져간다는 것은 축복이다. 누구에겐가 기억된다는 것은 괴로움일 수도 있다. 기억되는 것이 좋은(?) 것이든 비난 받는 것이든, 어느 경우든 얽혀있는 인연으로부터 자유로워 질 수 없는 묶임은 불행이다. 얽힘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은 아름답다! 무엇에든 얽매이지 않고 자연스런 흐름은 가장 멋진 예술작품이다. 흘러간다는 것, 잊혀 진다는 것, 참으로 멋진 것이다! 멈추어 누리고자 하는 자 절대 알 수 없는 그런 버림은 아름다운 잊어짐이다. 그것은 신이 인간에게 선물한 인간에 대한 가장 멋진 최대의 배려 일 수도 있다.

모든 것은 흘러가야 한다. 바람처럼 흘러야 한다. 형체 없는 생각조차도 멈추어진 순간에 그 생각은 아집으로 변한다. 경계해야 할 것은 머물고자 하는 생각조차 의미 없다는 진리를 잊지 말아야 한다. 머무르지 말자. 머무르는 곳에는 다툼과 투쟁 그리고 썩어가는 냄새가 존재 한다. 어느 한 곳에 머물지 않는 바람처럼 비워야 한다.

바람은 흘러야 바람이다. 바람은 절대 멈추어 있지 않는다. 바람은 아무리 힘이 없어도 절대 묶여있지 못한다. 바람은 아무리 가두어도 절대 가두어지지 않는다. 바람은 가두어지는 그 순간 더 이상 바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바람처럼 살기 위해서는 바람처럼 가볍게 매순간 비워야 한다. 바람은 시작도 끝도 없다. 바람처럼 떠날 수 있을 때 떠나야한다! 머물고자 하는 존재는 바람일 수가 없다. 머문 바람은 그저 냄새나는 썩어가는 욕심일 뿐이다.

세상의 모든 인연으로부터 떠나야 하는 이나 떠나보내야 하는 이들로 코로나 선거판은 아수라장이다. 선거판에서 확보한 자리는 머물 수 없는 자리이다. 몇 년 동안 아주 고통스레 지나가야 하는 시간의 연속이다. 그 자리에는 떠나는 이도 떠나보내는 이도 사실은 없다.

모두가 때가 되면 바람처럼 머물렀던 순간들을 비워주어야 한다. 조금 빠르던 아니면 늦던 모두가 언젠가는 떠나야 하는 존재! 아름다운 비워줌을 절대 멈추어서는 아니 된다. 욕심에 연연하여 생각의 틀에서 묶이면, 그 자체가 악취 나는 자멸이다.

무엇이 더 필요한지. 어떠한 변화가 올 것인지. 현재의 바람이 아닌 미래의 바람으로 비워진 자리는 새로운 움직임으로 채워야 한다. 멈추는 자, 안주하는 자! 머무르고자 하는 자! 그들은 이미 생명이 없다! 바람처럼 항시 미래를 독수리의 눈으로 바라다보고, 새로운 존재들을 위한 자리를 찾고 절대 멈춤이 없는 떠나는 비움을 다음을 위하여 베풀어야 한다! 아무리 향기 있는 꽃도 오래 머물면 가지에서 썩는다. 그래서 꽃이 가지를 비우는 이유는 희망의 생명을 가지에 남기고자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꽃이 가지에서 떨어진다! 이 잔인한 달 사월에.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