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벼과에 속하는 조릿대.

전통 풍속 중 섣달 그믐날 한 밤중부터 정월 초하루 이른 새벽까지 동네를 돌아다니며 복조리를 팔고 사는 풍습이 있었는데, 이 때 사는 조리는 복을 가져 준다하여 일년 동안 쓸 것을 한꺼번에 샀던 어린 시절 추억이 생각난다.

옛날 조상들이 조리를 만들 때 사용했던 대나무라 하여 조릿대라 부르며 벼과에 속하고 주로 산에서 잘 자란다하여 산죽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키는 1~2m로 줄기가 곧게 자라고 지름이 3~6㎜이며 포는 2~3년간 줄기를 감싸고 있다. 잎은 타원의 피침꼴로 10~25㎝이고 끝은 뽀족하거나 길고 가장자리는 가시같은 잔 톱니가 있어 몸이나 손이 닿으면 상처를 입기 십상이다.

사실 약초꾼들 사이엔 조릿대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산행 때 군락을 만나면 해쳐나가기가 녹녹하지 않아 귀찮은 존재 중 하나지만 쓰임새가 매우 다양하여 어떤 약초꾼은 인삼을 훨씬 능가할 정도의 놀라운 약성을 지녔다고 극찬할 정도다.

신선한 잎만을 채취하여 가위로 잘게 썰어 조릿대잎차를 만들어 오래 동안 먹으면 간열, 심열, 위열, 폐열 등 몸속 열을 내리고 온갖 독을 풀며 끈적하고 누런 가래를 삭혀주고 소변을 잘 나오게 하는 것은 물론 각종 염증을 치료하고 암세포를 억제하는 등 다양한 효과가 있다.

잎으로 떡을 싸 보관하면 방부작용으로 쉽게 상하지 않으며 팥을 삶을 때 잎을 넣으면 빨리 익기도 하고 잘 상하지 않아 예전 민간에서는 자주 활용했다.

잎과 줄기, 뿌리를 잘게 썰어 바람이 잘 통하는 그늘에 바짝 말렸다가 달여 먹든 차로 끓여 오래 먹으면 허약한 체질이 건강한 체질로 바꿀 수 있으며 특히 당뇨병, 고혈압, 간염 등에는 좀 더 찐하게 달여 꾸준히 복용하면 매우 좋다.

줄기에 잎에 달린 채 채취하여 소주에 주침하면 깨끗하고 맑은 황색의 약술이 되는데 피로회복, 위가 더부룩할 때, 중풍, 술독을 푸는데 좋다. 조릿대는 찬 성질이므로 몸이 찬 사람이나 혈압이 낮은 사람에겐 좋지 않다. 차로 끓여 먹을 땐 쪄서 말렸다가 쓰면 되고 우려먹을 땐 다른 차 재료처럼 덖어서 활용하는 것이 훨씬 좋다.

▲ 장 호 봉 약용식물관리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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