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광호
부국장·사회부장

지방공무원, 특히 자치단체 공무원들이 가장 아쉬운 소리를 많이 해야 하는 중앙부처는 어딜까. 이에 대한 답도 시대에 따라 약간은 변하는 것 같다.

과거 관선시대에는 뭐니뭐니해도 내무부(지금은 행정안전부로 명칭 변경)였다. 인사와 돈줄을 모두 쥐고 있으니 지방에서 눈치를 안 볼래야 안 볼 수 없었다.

중앙부처뿐만 아니라 그 범위를 조금 좁히면 각 시·군에서 도청을 대할 때 가장 처신하기 어려운데가 지방과(지금은 자치행정과를 중심으로 기능 분산)였다.

역시 지방 예산과 조직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곳이다. 시·군에서 오죽 지방과 눈치를 봤으며 퇴근할 때 "지금 가도 되느냐"고 전화로 확인했다는 얘기까지 있을 정도였다.

그 시절 지방과에 가끔은 민감한 사안이 다뤄지고, 심심찮게 기사거리 될 만한 게많은데다 지역 여론 파악을 위해 기자들이 자주 드나들던 곳이기도 했다.

그런데 세월이 변하다보니 이런 추세도 바뀌었다.

지금 충북뿐만 아니라 전국의 자치단체들이 문지방이 닳을 정도로 많이 찾는 중앙부처는 단연 기획재정부다. 행정안전부나 감사원처럼 힘(?)을 쓰는 곳도 소홀히 하지 않지만 기획재정부가 우선이다.

이유는 딱 한 가지. 예산 때문이다. 이제는 과거의 위상이나 폼만으로는 자치단체가 운영되지 않는다. 공약을 이행하고, 눈에 띄는 지역발전을 위해서는 예산이 무엇보다 필요한데 이 돈줄을 기획재정부가 쥐고 있다. 예산 편성 전부터 사업 타당성을 검토하고, 그에 맞는 돈을 내려보내는 '예산 칼질'을 한다. 자연 자치단체장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드나들 수밖에 없다.

충북도 예외는 아니어서 매년 국비 쟁탈 총력전을 벌인다. 자치단체장이 일일이 해당 부처 장관서부터 차관, 국장, 과장을 만나고 실무자들은 실무자대로 담당자를 찾아 얼마의 예산이, 왜 필요한지 이해를 구하느라 서울서 살다시피 하고 있다. 가능한 많은 돈을 확보키 위해 지연, 학연에 혈연까지 모든 방법을 동원하기도 한다.

그런데 들리는 말로는 일부 자치단체의 경우 좀체 서울에 가지 않는다고 한다. 다급한게 없어서 그런지, 아니면 접근하는 방법을 몰라서 그런지 뒷짐 지고 '에~헴'하는 것으로 만족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전언이다.

어떤 자치단체 관계자는 면담 약속을 잡고도 갑자기 오지 않을 때도 있다고 한다. 바쁜 시간 짬을 내달라고 중간에서 다리를 놔 준 사람만 당혹스럽게 한다는 얘기다.

그러다보니 충북 출신으로 중앙부처에 있다 얼마전 지역 책임자로 있었던 s씨의 말이 떠오른다. "정책자금은 집행이 결정된 돈입니다. 문제는 어디에, 어떻게 쓸 지가 관건인데 이를 위해서는 지역에서 구미 당기는 사업계획을 세우는 게 필요해요. 그런데 이게 잘 안 됩니다. 방법을 몰라서 그런것도 있지만 고향을 아끼는 마음에서 넌지시 말해줘도 남 일 같이 생각할 때가 많습디다."

벌써 내년 예산 확보를 위해 전국의 자치단체들이 뛰고 있고, 국회 제출을 위해 중앙부처의 예산 편성이 코 앞에 와 있다.

조금이라도 많은 예산을 따와 더 많은 지역현안 사업이 해결되길 바라고, 이를 위해 충청권 자치단체들이 조금만 더 분발해주길 바란다.

능력이 안 돼서, 여건이 안 좋아서 다른 자치단체에 뒤지는 건 할 수 없지만 넋 놓고 있다 당하는 건 볼품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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