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능희 옥천·영동 주재 부국장] "대학이 지역사회를 떠나서는 존재할 수 없지요. 지역 발전을 위해 영동대가 더 노력하겠습니다."

2016년 당시 충북 영동군과 상생발전 협약을 하면서 채훈관 영동대 총장이 한 말이다.

협약을 통해 영동대는 유원대로 교명을 바꾼 후에도 영동에 본교를 두고, 본교 학생 수를 현재와 같은 2500명으로 유지키로 했다. 

본교 학과도 충남 아산캠퍼스로 이전하지 않기로 했다.

이런 약속은 그야말로 헛말이 되고 있다.

영동의 유일한 종합대학교인 유원대가 신입생 정원을 23%, 4분의 1 가까이 줄인다는 소식에 지역사회는 크게 반발하고 있다.

유원대는 한국교육대학협의회에 본교 정원을 140명 감축하는 대신, 아산캠퍼스에 140명을 늘리는 구조 조정안을 냈으며 12일 정원 조정안이 최종 승인될 것으로 보인다. 

개교 이래 200억원 이상을 지원받은 유원대 측의 학생 감축 방침은 '상생협약 위반'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영동군과 지역 사회단체는 정원감축 반대대책위원회를 꾸리고 활동에 나섰다. 

거리에는 대학을 성토하는 현수막이 내걸리고, 군민 서명을 받은 탄원서는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전달됐다. 

영동군의회도 '유원대 입학정원 감축 철회 건의문'을 교육부에 제출하며 지원사격에 나섰다. 

지역대학의 생존은 지역의 존립 기반이다. 

대학과 지역이 따로가 아니라는 얘기다.

유원대가 지역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대단하다. 

대학촌 주변 음식점과 원룸 등은 재학생의 증감에 따라 생존이 좌우된다. 

대학 구조조정과 맞물려 위기를 마주한 유원대가 점점 품격을 잃어가고 있다. 

체면도 없이 약속을 저버리고 오로지 살아남는 방법만을 궁리하는 듯하다. 

대학이 스스로 자존심을 무너뜨리며 망가지면, 지역도 함께 퇴보할 수밖에 없다.

서울에서 거리가 먼 지역의 대학부터 없어질 것이라는 이른바 '벚꽃이 피는 순서대로 망한다'는 우려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하지만 유원대가 영동군과의 협력을 바탕으로 적극적인 교육비 투자에 나서고, 취업률 향상 등 긍정적인 효과를 이끌어 낸다면 그 위기를 벗어나는 한 방법이 되지 않을까 싶다. 

영동 축소, 아산 확대보다 경쟁력 있는 학과 신설 등 특성화 정책을 통한 선택과 집중 전략을 강구해야 한다는 지적도 새겨들을 만하다.

영동군과 유원대가 머리를 맞대고 상생 발전할 수 있는 해법을 찾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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