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의보 충북교육학회장·교육학박사

[충청의 창] 심의보 충북교육학회장·교육학박사

1950년 8월 시인 모윤숙은 피난길에서 혼자 죽어간 군인을 보면서 ‘국군은 죽어서 말한다’라는 시를 썼다. “…가슴에선 아직도 더운 피가 뿜어 나온다/ 장미 냄새보다 더 짙은 피의 향기여!/ 엎드려 그 젊은 죽음을 통곡하며/ 듣노라! 그대가 주고 간 마지막 말을….” 위기에 처한 조국을 지키다가 14만9000명의 젊은 군인의 목숨이 희생된 동족상잔의 비극, 6·25전쟁이 어느새 70주년을 맞았다.

미국과 캐나다 등 서구 국가들은 6·25 한국전쟁을 ‘잊혀진 전쟁(Forgotten War)’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역사상 최대 규모의 전쟁으로 7,0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사망했다는 제2차 세계대전과 19년 6개월의 베트남전쟁의 사이에 벌어져 젊은 세대들이 잘 알지 못한다는 이유이다. 3차 세계대전으로 확산될 것을 우려한 미국이 한국전쟁을 제한된 ‘작은 전쟁’으로 치부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전쟁은 인류 역사상, 그리고 인간이 만들어낸 가장 비참하며 잔인한 행위라고 정의될 만큼 인적, 물적 소비가 극에 달한 행위이다. 파괴와 살육 그리고 약탈만이 난무하는 엄청난 소모전이다. 우리 민족사에 9백여 차례의 외침의 역사가 있었지만 6.25 전쟁이 가장 불행하고 한스러운 전쟁이었다. 그것은 여러 국가들이 개입된 국제전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전면적인 참담한 동족상잔이었기 때문이다.

수백만의 생명이 희생되었고 한반도 전체가 초토화된 한국전쟁은 1953년 7월 27일 휴전이 성립될 때까지 3년 1개월 동안 계속됐다. 전쟁고아와 이산가족의 출현하고 남북간의 단절과 불신과 증오 및 적대감이 절정에 달했다. 그동안 타협과 합의를 통한 통일이 되는가싶으면 어느새 남북대화는 더욱 어렵고 멀어진다. 본래 한반도문제가 남북간 문제 보다 국제문제로의 성격이 짙은 까닭이기도 하다.

인류의 역사가 ‘약육강식(弱肉强食)’의 정글(jungle) 법칙에 따라 힘 센 강자만이 살아남는 살벌한 세계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역사는 천륜(天倫)과 인륜(人倫)에 따라 가장 옳은 길을 걷는 사람들의 집단이 결국은 최종적인 적자이며 승리자가 된다는 것을 가르쳐 준다. 전쟁으로 지옥과 같은 참상을 겪으며 최빈국가가 되었던 대한민국은 세계경제대국 10위권에 들 정도로 고도성장을 이루었다.

‘굳세어라 금순아’ 라는 제목의 대중가요가 있었다. 적어도 한 세대 이상의 세월 동안 대중의 애창곡이었다. 특히 실향민들에게는 가슴 저미는 노래였다. 지금은 잊혀진 노래가 된 것만 같다. 한국 국민의 80% 이상이 6·25전쟁의 참상을 겪어보지 못한 세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6·25전쟁은 잊어서는 안 되는 비극의 역사다. 이 슬픈 역사를 다시 반복하지 않기 위해 6·25전쟁을 잊어서는 안 된다.

미래를 알기 위해서는 현재를 알아야 한다. 현재를 알기 위해서는 과거를 알아야 한다. 내일의 역사가 보다 희망적이 되려면 처절하게 죽어간 이들의 희생을 기억해야 한다. 찢겨진 산하와 민족적 상처도 가슴에 새겨야 한다. 70년이 되었으니 잊을 수도 있지 않는가 할 수 있지만, 아직은 잊혀질 수도 없고 잊혀져서도 안된다. 자라나는 세대에게 가르쳐야 할 역사교육의 중요성을 새삼 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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