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주자들의 충청권 방문이 잇따르고 있다. 한나라당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는 벌써 여러 차례 충청지역을 찾았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와 한명숙 전 총리는 그제부터 이틀간 대전 공주 청주 등을 방문했다.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도 출마선언 후 첫 방문지로 대전을 택했다. 이해찬 전 총리, 이인제 전 경기지사, 김영환 전 과학기술부 장관 등 충청지역에 연고를 둔 후보들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충청지역을 찾는 대선 후보들은 어김없이 지역 발전을 위한 정책들을 쏟아낸다. 행정중심복합도시를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 대덕·청주·세종시를 잇는 r&d클러스터를 조성하겠다, 청주의 전자부품산업과 오송생명과학단지를 `중부권 브레인 허브`로 만들어 청주공항을 활성화하겠다 등 모두 다 귀가 솔깃한 공약들이다.

대선주자들은 왜 이처럼 하나같이 충청권에 공을 들이는 걸까. 이유는 자명하다. 충청에서 이기면 대선에서 이긴다는 `공식` 때문이다. 지난 15대와 16대, 두 차례의 대선에서 충청표가 당락을 갈랐다. 충청인들이 `캐스팅 보트` 역할을 톡톡히 한 결과다. 그러니 너도 나도 충청 유권자들의 환심을 사려고 애를 쓰는 것이다.

그러나, 충청인들의 마음은 왠지 씁쓸하다. 화려한 장밋빛 공약들은 공약(空約)이 돼버렸다. 선거가 끝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홀대했다. 해제 요건이 충분한데도 투기과열지구는 그대로다. 장항국가산업단지 조성 사업은 18년째 표류하고 있다. 지역 현안이 제대로 풀린 게 뭐가 있는가. 정부 내 고위직 인사 때마다 받는 푸대접은 또 어떤가.

이제 또 다시 그 같은 전철을 밟을 것인가. 뒤늦게 `왜 홀대하느냐`고 항변만 할 것인가. 이제부터라도 충청권 3개 시·도지사와 지역 국회의원들은 다 같이 머리를 맞대고 충청권 발전을 위한 방안을 정책 공약화 하는데 노력해 주길 당부한다. 아울러 충청인들도 지금부터 눈 부릅뜨고, 나라 발전 뿐 아니라 충청지역 발전을 위할 후보가 누구인지를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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