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명혁 충북농업마이스터대학 학장

[충청광장] 윤명혁 충북농업마이스터대학 학장
우리는 지금 누구나 평생 겪어보지 않은 일들을 겪고 있다. 예기치 않은 코로나19의 기습으로 마스크를 사기위해 긴 줄을 서보았으며 생후 처음으로 마스크를 오랫동안 써봤고 제대로 된 손 씻기를 체험했으며 직장에도 나가지 않고, 학교에도 가지 않으며 재택근무와 온라인 수업으로 집에서 생활하는 시간들로 나날을 보낼 수밖에 없는 처지에서 살아봤다.
주로 집에서 생활하면서 온라인을 통해 물자를 구입하고 배송 받은 물자로 생활하는 라이프스타일이 정착단계에 이를 정도로 확산되면서 어느샌가 나도 모르게 그런 문화에 물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삼시세끼를 집에서 해결하다 보니 밥을 먹고 돌아서면 밥을 먹어야 하고 또 돌아서면 밥을 먹어야 하는 생활 때문에 돌밥돌밥이라는 유행어가 창출되기도 했다. 이처럼 집 밥에 익숙해지면서 우리들의 삶속에서는 어떻게 하면 좀 더 편하게 먹거리를 해결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에 빠지게 되고 결국 가정 간편식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냉동식품, 배달음식 등의 수요가 늘어나면서 가정에서 사용하는 냉장고의 용량은 점점 더 커져만 가고 있다고 한다.
가구의 세분화와 1인 가구의 증가는 냉장고의 용량을 줄이는 추세였는데 이젠 거꾸로 냉장고를 구입하는 추세가 점점 대형냉장고를 선호하는 추세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즉 사람들은 대형냉장고에 가정간편식이나 냉동식품들을 사다 놓고 필요 할 때마다 편리하게 먹는 문화를 즐기는 것이 이유일 것이다.
실례로 CJ제일제당에서 생산 판매하는 냉동 밥 제품인 햇반의 매출액은 매년 증가하고 있고 이미 일 년 매출액이 6천억을 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을 정도다.
냉동 컵 밥은 기본이고 육개장, 삼계탕, 황태국밥 까지 이젠 HMR(가정간편식)시장에서 무엇이든지 해결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으니 말이다.
이처럼 코로나19로 인해 젖어든 집콕문화는 편리한 먹거리를 중심으로 사람들에게 편리함이라는 새로운 키워드를 제공해 주면서 사회변화를 이끌어가고 있다.
집에서 생활하면서 답답함과 지루함을 호소하던 사람들은 이외로 편리함이라는 새로운 키워드를 발견하게 되고 모든 분야에서 편리함이 적용되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음료 프랜차이즈 업체인 '쥬씨'에서는 당도가 높은 수박을 골라 껍질을 제거하고 먹기 좋게 잘라 1.3kg씩 담은 쥬씨 수박도시락을 출시했는데 놀랍게도 1개에 8,500원씩 하는 이 수박 도시락은 정식 출시 이후 열흘 만에 3만개가 넘게 팔리면서 대박을 치고 있다.
사실 혼자 아니면 둘이 사는 가구가 절반이 넘는 요즘에 10kg이 넘는 수박을 사다가 칼로 잘라서 먹는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마트에서 들고 나오는 것부터 집에 와서도 칼로 자르는 일 , 남은 껍질의 처리 문제 등 소비자의 입장에서 보면 귀찮고 어려운 일일수도 있는데 쥬씨는 이런 불편함과 귀찮은 일을 대신해 주면서 소비자를 편하게 하고 부가가치를 올리는 비즈니스로 돈을 모으고 있는 것이다.
편의점에서는 미리 손질한 식재료와 조리법을 담은 밀키트 매출이 급증하고 인스턴트식품 이라는 인식 탓에 외면을 받으면서 소비가 줄어들던 국내외 통조림 시장이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다고 한다.
'클릭! 미래속으로'라는 책에서 미래학자인 페이스 팝콘은 현대인들은 마치 누에고치속의 삶을 지향하며 사회가 발전할수록 이런 현상은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Digital cocooning 이라는 경제용어를 탄생시켰는데 이는 디지털 문명이 발전하면서 인간들이 모든 것을 집에서 해결하려는 라이프스타일을 일컫는 말로 이런 시대가 가속될수록 편리함을 추구하는 인간의 속성도 강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측된다.
"말 타면 종두고 싶다." 라는 말이 있듯이 인간은 편해지면 더 편하길 바라는 습성이 있기 때문이다. 리모컨 시대를 지나 이젠 원격조정 시대를 맞이하면서 인간의 편해지고 싶어 하는 습성을 이용하는 마케팅으로 돈을 벌어야 한다는 것이 새로운 가치라면 우리 농업분야에서도 편해지는 곳에 모이는 돈을 잡아내는 마케팅 전략을 세워보면 어떨까?
우선 생산되거나 가공된 식품들을 소비자가 기다리는 곳으로 보내주어야 하는 것은 기본이고 그 식품을 이용하는 소비자가 편하게 그를 조리하고 먹을 수 있게 해야 한다.
결국 농업에서도 소비자를 편하게 해주는 기술이야말로 연구하고 발전시켜야할 과제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