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복회 전 오근장 동장

[충청시론] 김복회 전 오근장 동장

지난달 딸이 갑자기 온다고 전화가 왔다. 자식이 오면 좋은데 해먹일 일이 걱정 이지만 손자가 함께 오니 많이 기다려진다.

여섯 살 손자는 요즘 어린 티가 점점 없어져 가고 있다. 집에 도착한 딸은 “엄마, 나 좀 봐” 하며 저를 따라 오란다. 무슨 일인지 걱정도 되고 궁금하여 따라 가니, 딸은 핸드폰을 들고 저를 쳐다보라고 했다. 시키는 대로 핸드폰을 들고 서있는데 사진 보냈으니 보란다.

핸드폰 속에는 처음 보는 임신테스트기가 보였다. 순간적으로 너 임신했구나! 하니 그렇단다. 너무 기뻐 딸을 와락 끌어안았다. 딸은 그 순간을 동영상으로 찍고 있었다. 갑자기 당한 임신 이벤트로 가슴이 뭉클했다. 이보다 더 좋을 수 는 없다. 손자가 6살이 되었지만 둘째를 낳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못했다. 하나 키우기도 벅차고 힘든데 도와주지도 못하면서 하나는 외로우니 더 낳으라는 말을 차마 못했었다. 혼자 했던 걱정거리가 눈 녹듯 사라졌다.

어머니에게도 기쁜 소식을 알리니 잘했다며 우리 손녀딸은 하는 것 마다 잘 한다며 좋아 하신다. 그런데 문제는 손자다. 동생을 아주 싫어해서 동생이 생겼다는 말을 못했단다. 손자에게는 다음 기회 봐서 말한다고 지금은 하지 말란다.

동생이 왜 싫으냐고 물으면 자기 물건을 막 만져서 싫다고, 하지만 저만의 온전한 사랑을 빼앗기기 싫어서 일게다. 병원에서 임신 확인 후 큰애가 생각나 마음이 짠했다는 딸의 말에 이제 엄마가 다되었구나 하는 생각에 가슴이 짠했다. 태몽 꿈으로 예쁜 물개 꿈을 꾸었다며 딸이었으면 좋겠다며 속내를 드러낸다.

아들과 함께 무심코 창틈의 꿀벌이 날지 못하고 버둥거리는 것을 보고 꿀을 넣어 주니 찍어 먹었다며 동영상 까지 보여준다. 꿀 먹은 벌은 기운을 차려 날아갔는데 그 날 임신이 되었다고 했다. 좋은 일을 해서 아기를 선물 받은 것 같다며 의미부여 하는 딸을 보며 진한 모정을 느꼈다.

필자도 얼마 전에 라디오를 듣고 있는데 ‘세상의 모든 소리’ 라는 코너에서 아기의 태동소리가 한참을 쿵쾅쿵쾅 나더니 옹알이 하는 아기 소리로 이어졌다. 그 소리를 듣는 순간 아기를 가진 딸 생각에 왈칵 눈물 쏟아졌다.

이렇게 소중한 아이임에도 불구하고 요즘 결혼도 기피하고, 결혼을 한다 해도 아기를 낳지 않는 젊은이들이 많아 걱정이다. 요즘은 손자 자랑도 마음대로 못한다. 모임에 가도 결혼을 안 시킨 친구들이 많아 눈치를 봐야한다. 임신한 기쁨을 말하고 싶어도 분위기 봐가며 커피 살 일이 생겼다고 조심스럽게 말한다. 팍팍하고 고단한 삶이 젊은이들에게는 많이 부담이 되는 세상인가보다.

지금은 부모들도 결혼을 안 한다고 하면 굳이 하라고 하지 않은 이들도 많다고 한다. 필자의 고향인 시골은 연로한 어르신들이 많이 사시는데 앞으로 10년 정도 지나면 아무도 살지 않은 빈집들이 많을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 이런 마을에 아기 울음소리가 얼마나 간절한가!

꿀벌이 가져다 준 소중한 선물에 감사하며 머지않은 날 모두가 손자자랑 맘껏 할 수 있는 세상이 오길 간절히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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