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병국 행정도시 건설청 자치기획팀장

우리나라 지방자치단체는 법인으로서 설치목적과 목적 달성에 필요한 구역과 지위 등을 법률로 부여받고, 아울러 인사·조직·예산 등에 일정한 권한이 주어진다. 또 자치단체 지위는 장차 그 자치단체가 국가나 지역에 미치는 영향까지도 갈음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다.

자치단체 지위는 기초자치단체와 광역자치단체로 구분되는데 특별시와 광역시 및 도와 특별자치도는 정부 직할의 광역자치단체며, 시는 도의 관할 구역에, 군은 광역시 또는 도의 관할구역에, 자치구는 특별시와 광역시의 관할구역에 두는 기초자치단체다.

자치단체 지위를 결정한 개별법인 대전·울산광역시 설치법 목적을 보면 "주민생활의 편익을 증진하고 지역개발과 국토의 균형있는 발전 도모"로 돼 있으나 기초자치단체인 3여 통합시·33개 도농통합시 설치법 목적은 "주민생활의 편익을 증진하고 지역의 균형발전도모"로 돼 있어 국토균형발전은 광역자치단체로, 지역균형발전은 기초자치단체로 규정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행정도시 건설특별법 제1조는 "수도권의 과도한 집중에 따른 부작용을 시정해 국가의 균형발전과 국가의 경쟁력 강화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 따라서 행정도시는 광역자치단체 설치를 목적으로 건설되는 도시라 보면 맞다.

이를 위해 정부예산 8조5000억원을 투입한다는 건설특별법을 만들었고 건설청을 출범시켜 입지결정이나, 건설청 직원 구성, 세종시라는 이름을 지은 것까지 온 국민이 참여하게 된 것이다.

정부에서 세종도시를 광역자치단체로 한다는 것은 한마디로 그 파급효과를 충청권을 넘어 전국에 미치게 하겠다는 것이며, 다른 의미로는 충청권 건의대로 "신행정수도에 버금가는" 세계적인 모범도시를 건설해 세종도시로 이전하지 않은 청와대나 국회, 대법원 등도 오고 싶어하게끔 하기 위함이다.

즉 살고 싶어 하는 도시를 만드는 것으로서 지역에서는 오히려 환영할 입장임에도 일부에서는 기초자치단체인 도·농복합형 특례시를 주장하는 안타까운 형국이다.

그 이유를 연구용역과정에 제시된 의견과 빗대면 "청와대와 입법부, 사법부, 외교사절이 서울에 잔류하고 세종도시를 도 산하로 두면 도비지원이 이뤄 질수 있고, 정부직할로 할 경우에는 블랙홀 현상이 우려되는 등 ○○의 균형발전에 지장을 초래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청와대나 입법부 등의 서울 잔류가 세종도시의 기초자치단체 설정 이유로는 곤란하다.

재정운영도 도에서 지원하는 것보다 정부지원이 더 유리하고, 충남도나 충청권 입장에서 봐도 세종도시가 광역이 돼야 장차 정치·경제·사회·문화 등에 있어 지역발전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럼에도 세종도시를 ○○의 균형발전의 지렛대로 삼는다면 행정도시가 의도한 목적 달성도, 세계적인 모범도시건설도 어려워진다.

또한 인간은 본능적으로 잘살려고 하며 또 잘살 수 있는 지역으로 이사 가고 싶어 하므로 주변에서 행정도시로 이사 하는 것을 막기 어렵다.

그러나 주민을 잘살게 하면 지역경제도 살아나고 인구도 늘어 블랙홀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지방자치란 지역주민과 공무원이 공동 노력으로 지역을 잘살게 하라는 뜻이기도 하므로 세종도시가 잘돼 주민이 세종도시로 이사하는 것을 걱정하기보다는 세종도시와 상생발전해서 서로가 잘살려고 노력해야지 불랙홀을 우려해 세종도시를 기초자치단체로 주장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자치단체 지위란 자치단체가 갖는 권한의 범위 문제로 지위가 결정돼야 교육자치를 할 것인지 말 것인지, 각종 계획수립의 주체가 누구인지 결정할 수 있으며 공공시설 설치 범위도 결정된다.

그러나 세종설치법 제정 없이 현행법 체계에서 도시를 건설한다면 예정지역은 충남도 산하의 연기군, 공주시 관할구역이므로 시청사, 복합커뮤니티, 경찰서, 교육청 등의 각종 공공시설을 현 지방행정체제에 맞춰 모든 계획을 새로 수립해야 한다. 그러다 보면 행정도시 정상건설은 불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행정도시를 당초 계획한 대로 건설할 것인지를 선택할 시점에 와 있다. 반대를 위한 반대보다는 세종특별자치시설치에 관한 법의 조기제정 없이도 도시건설이 이루어 질 수 있다면 어떤 이유로 정상건설이 가능한지에 대해 지역주민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이해할 수 있는 합리적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대안이 없다면 세종도시가 세계적인 모범도시로 건설되고 지속 발전되기 위한 합당한 지위를 부여하는 데 찬성하여야 한다.

그렇지 않고 반대만 해 세종도시의 지위가 없거나 늦어지거나 합당하지 않으면 모든 것이 어려워 질수도 있다.

강병국 행정도시 건설청 자치기획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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