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덕흠
대한전문건설협회장

국제적으로 출구전략(exit strategy)의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다.

출구전략은 세계적 경제위기에 국제사회가 공동으로 대응하기 위해 구성한 g20 제2차 회의에서 처음 제안된 것으로, 경제위기가 진정된 이후 국제사회의 대응전략을 말한다.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각 국가가 과도하게 공급한 유동성이 초래할 인플레이션 문제를 해결하면서 경제를 정상적으로 회복하는 전략이 핵심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출구전략을 실행해야 할 적정한 시점이 되었는지에 대한 여러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출구전략을 실행한다는 것은 경기부양 기조를 전환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지만 과연 이 시점이 경기부양을 중단해도 될 때인지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우리 정부는 지난 해 세계적 경제위기에 따른 경기하강을 방지하기 위해 다양한 경기부양 수단을 동원했다. 금리를 인하하여 통화를 팽창시키고 재정을 확대하는 적극적인 개입정책을 펴 왔다. 그 결과 경기가 하강국면을 통과하고 있다는 시그널이 여러 가지 경로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 2분기 실질 gdp 성장률이 미미하지만 플러스로 돌아선 것이 대표적이며, 삼성전자를 비롯한 일부 기업의 실적도 예상 밖의 호조를 보이고 있다. 국제기구도 우리나라의 향후 경제성장률 전망을 상향하여 조정하고 있다.

최근 경제상황을 보아도 공격적인 통화 및 재정정책에 따른 부작용이 일부 나타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특히 주식시장이나 부동산 시장으로 돈이 몰리면서 과열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대기상태의 유동성 자금이 무려 800조원에 이른다고 한다. 적합한 용도를 찾지 못한 유동성 자금이 이리저리 떠돌면서 시장을 혼란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런 현환을 감안하면 유동성을 축소하고 재정건전성을 높이기 위한 출구전략을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이 터무니없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그러나 출구전략 논의에 앞서 경기가 정말 호전되고 있는 것인지에 대한 정확한 판단이 선행되어야 한다. 성급한 판단은 금물이다.

간헐적으로 제기되는 출구전략에 대한 논의는 때 이른 것이라는 생각이다. imf도 국제기관들은 금융위기로 인한 경기침체 특히 동시다발적인 경기침체 상황에서는 경기회복이 평탄하지 않고 더딜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특히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경기회복에 5~6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러한 경고를 우리 사정을 모르는 외국 사람들의 참견으로 평가절하하는 것은 만용일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제상황만 해도 불안한 징후가 적지 않다. 특히 경기부양의 핵심적인 지표인 실업자 수는 지난 6월 기준 96만명으로 전년동기 대비 19만명이나 늘었다. 이 수치는 2005년 2월 이래 4년 4개월 만에 최대 수준이다. 8월 기업경기 전망도 아직 비관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우리경제의 불확실성이 아직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부의 경기부양 정책은 사실상 건설투자에 집중되어 있다. 2분기 실질 gdp 성장률이 플러스로 돌아선 이유도 엄밀히 말하면 건설투자의 효과에 기인한다. 아직 민간부분의 건설경기가 회복되지 않는 상황에서, 정부가 인플레이션을 우려해 재정투자의 규모를 줄인다면 불황탈출의 원심력이 약해질 가능성도 있다.

지금은 겨울옷을 벗어버리고 봄맞이 준비하기에는 아직 때가 이르다고 생각한다. 남은 불씨가 언제든지 큰 불로 다시 번질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고 경제당국은 신중에 신중을 기해 정확한 정책적 판단을 내려야 한다. 아직 발등의 불이 다 꺼진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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