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부 6장 접시꽃이 피어 있는 풍경

▲ <삽화=류상영>

다나까는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와락 달려들어서 들례를 눕히고 저고리를 찢어 버렸다. 치마를 걷어 올리는 순간 믿어지지 않을 만큼 훌륭한 여체가 상류로 기어 올라가는 연어처럼 파드득거리고 있는 것이 보였다.

"요오씨! 훌륭하다. 너는 앞으로 편하게 살게 될 것이다."

들례는 다나까가 무슨 말을 하는지 귀에 들려오지 않았다. 속곳이 거칠게 벗겨나가는 가 했더니 생전 느껴보지 못한 타인의 살이 자신의 하체를 찢어 버릴 것처럼 달려드는 것을 느꼈다.

그려, 그 때가 좋았지. 내 생전 그릏게 핀한 날이 또 다시 오지는 않을껴. 암, 그 시절이 참말로 좋았지.

들례는 춘임을 바라보고 있던 시선을 먼 하늘로 돌렸다. 푸른 하늘에 목화솜 같은 구름 덩어리가 몇 개 떠 있다.

다나까에게 몸을 허락하고 나서는 며칠이 지난 후 그 집을 나와서 보은시내의 외진 곳에 기와집을 사서 혼자 살았다. 다나까는 방안살림부터 시작해서 부엌에서 필요한 칼이며 도마까지 일습을 사 주고 절대로 일을 하러 다니지 말라고 당부를 했다. 그 때부터 이삼 일에 한번 씩 오는 다나까와 잠을 자기만 하면 되는 행복한 날들이 꿈결처럼 계속되었었다. 만약 해방만 되지 않았다면 지금도 아무 걱정 없이 서울의 고아원에 있는 아들 기문이와 함께 살고 있을 것을 생각하니까 푸른 하늘이 쓸쓸하게만 보였다.

춘임이는 열무김치를 담그기 시작한다.

들례는 생각은 모산에 가 있어서 망연한 눈빛으로 춘임이 열무김치 담그는 모습을 바라본다.

춘임은 열무를 다듬어 풋내가 나지 않도록 조심하여 많은 물에서 살살 깨끗하게 씻어 소금에 절였다. 숨이 죽은 열무를 깨끗한 물에 헹구어 물기를 빼냈다. 그 것을 함지박에 담아 놓은 다음에 양념을 하기 시작했다.

먼저 칼로 파를 썰었다. 붉은 고추는 칼로 가루가 나지 않게 대강 다져서 큰 조각이 드문드문 보이게 만들었다. 너무 곱게 갈면 시원한 맛이 가신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 다음에 마늘과 생강을 각각 찧어서 다른 양념과 함께 버무렸다.

그 날 오후 이동하는 면사무소 직원들 끼리 양산 강가에서 개를 잡아서 회식을 했다며 밤이 늦어 귀가를 했다.

"저, 한 가지 궁금한기 있어서……"

이동하는 술에 취했으면서도 술상을 봐 오라고 했다. 이동하가 집에 들어 올 때까지 모산 하늘을 맴돌고 있던 들례는 다른 날보다 정성을 들여 조기매운탕을 끓였다. 낮에 담은 열무김치에 갖은 반찬을 정성들여 차린 술상을 이동하 앞에 내밀었다. 이동하가 술잔을 비우고 조기 매운탕을 떠먹고 나기를 기다렸다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먼데?"

이동하는 들례를 바라보지 않았다. 조기매운탕이 제법 맛있다고 생각하며 무겁게 반문했다.

"마님이 태기가 있다는 소문이……"

"워티게 들었는지 모르겄지만 그런 거 가텨. 하지만 신경 쓸 거 읎다. 또 딸내미를 낳을 기 뻔하니께."

이동하는 조기매운탕을 떠먹다 말고 들례를 바라본다. 들례가 잠자리에서 명기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언젠가는 헌신짝처럼 버려야 할 여자다. 그 시기는 당장 내일 일 수도 있고, 먼 훗날 일수도 있다. 그런 여자가 자신과 아내 사이에 끼어드는 모습이 가소로워 보여서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그렇구만유."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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