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부 6장 자반 고등어

▲ <삽화=류상영>

"그람 즈녁먹고 와서라도 햐……히히, 대장이다."

딱지에는 이등병부터 원수까지 계급이 있다. 광성은 자기 몫의 딱지를 뒤집었다. 별 네 개 인 대장그림이 나왔다. 대장이면 이길 확률이 높다는 생각에 히죽 웃으며 진규 몫의 화투를 뒤집었다.

"헌병! 히히, 헌병이 대장까지는 이기잖여."

"씨발."

광성은 얼굴을 찡그리며 딱지 삼십 장을 헤아려 진규에게 건네줬다. 남은 것은 50여 장 뿐이다.

"자, 인제 광성이 형이 갈 차례여."

선이 진규에게 넘어왔다. 진규는 능숙하게 딱지를 쳐서 두 몫으로 나누어 내려놓았다.

"이쪽에 열장."

광성은 생각 같아서는 남은 딱지를 모두 걸고 싶었다. 따게 되면 백장이 되는 거고, 잃게되면 손 털고 일어나야 한다. 그동안 잃은 것을 생각하면 오십 장을 모두 걸고 싶지만 열 장만 갔다.

"히히 원수다."

광성은 진규가 까 보이는 딱지를 보고 손뼉을 치며 좋아한다. 별 다섯 개인 원수는 헌병도 이기는 제일 높은 계급이라서 이긴 것이 확실하다.

"빨리 놔."

진규는 광성에게 열 장을 헤아려주었다. 광성이 웃는 얼굴로 딱지를 척척 쳐서 두 몫으로 나누어 놓았다.

"빨리 끝내 뻐리지 머."

진규는 광성이와 반대로 잃어버린 수의 배를 갔다. 열장을 잃었으면 그 다음에는 스무 장 가는 식이다. 두 번째 스무 장을 잃었으면 그 다음에는 사십 장, 팔십 장 하는 식으로 가기 때문에 결국은 따게 되는 것이다. 이번에도 광성이 가지고 있는 딱지가 몇 장인지 가늠해 봤다. 많아야 칠팔십 장 정도 되어 보이는 것 같았다. 잃으면 잃고 따면 딴다는 생각으로 백 장을 갔다.

"야! 내꺼는 전부해 봐야 팔십 장이 안 되는데 그릏게 많이 가믄 어틱햐."

광성이 딱지를 모두 잃어버릴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화가 난 얼굴로 진규를 바라본다.

"및 장씩 가야한다고 헌법에 정해 놓지 않았잖여."

진규는 광성이 얼굴을 바라보지도 않고 어느 쪽이 높을 까 가늠을 해본다.

"헌법에 정해 놓지는 않았지만……"

광성이는 진규의 말에 할 말이 없었다.

"그람 내 맘대로지 머. 얼릉 까 봐."

"내가 담에 또 너하고 딱지를 치믄 니가 우리아부지다."

광성이는 이번에 잃으면 일어서서 엉덩이 털고 집에 가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며 힘없이 딱지를 재꼈다.

"히히, 소위다."

"광성이 형아는 중사잖여."

광성이 진규가 건 화투를 뒤집으며 좋아 할 때였다. 진규가 얼른 광성이 몫을 뒤집어 본다. 중사 계급장이다. 순간적으로 광성의 얼굴이 울상이 되는 것을 후! 하고 휘파람을 불며 무심코 골목 어귀를 본다. 향숙이 다소곳한 자세로 걸어 나오는 모습을 발견하고 갑자기 휘파람을 멈춘다.

아궁이 앞에 앉아 있던 상규네는 밥솥에서 뜸이 드는 소리를 듣고 나서 일어섰다. 솥뚜껑 위에는 아궁이에서 피어 오른 재가 뿌옇게 내려앉아 있다. 행주를 물에 빨아서 솥뚜껑을 말끔하게 닦았다.

정신이 있는 사람이믄 이십 환씩이나 주고 고등어자반을 사오지는 않을껴. 고등어만 있다고 반찬이 되는 거는 아니잖여.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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