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와 청주시의 행정을 비교해보면 재미있는 게 있다. 충북도는 주로 정책적인 게 많은 반면 청주시는 개별사업이 많다.

집 짓는 걸 예로 들면 어떻게 지을지, 방향은 어느 쪽으로 세울지, 어떤 형태로 건축할지 설계하는 게 충북도 행정이다. 청주시는 이를 토대로 어떤 자재를 써서, 어떤 공정 계획에 따라 집을 올릴지 결정하는 구체적 행위다.

한마디로 청주시의 행정은 충북도에 비해 '손에 잡히는'맛이 있다. 뭔가 눈에 띄고, 진행 속도가 보이고, 아기자기하며 그때그때 피부에 와 닿는다. 그래서 청주시 공무원들도 "충북도는 뜬 구름(정책)을 잡지만, 우리는 현실성(사업 위주)이 있다"는 말로 자신들을 추켜세우기도 한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자리이동

이런 청주시에 최근 주요 인사가 이어졌다. 시청 내에서 공직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서기관(4급)인사가 이틀 동안 2건이나 터졌다.

한 달여 전 또 다른 국장 인사를 합치면 두 달 동안 서기관 3명이 자리를 옮기거나 사무관(5급)에서 그 자리로 승진했다. 자연히 당사자는 물론이고 곁에서 지켜보는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더구나 승진후보자 명부에 올라 와 있는 대상자들의 경력이나 업무능력, 직전 직급 경력, 주변 평판 등 모든게 엇비슷 해 우열을 고르기 힘들었다. 그러니 인사 결과에 시선이 쏠릴 수밖에 없었다.

이게 끝이 아니다. 사무관을 비롯해 그 밑의 직급으로 줄줄이 승진 및 자리 이동이 또 있게 된다. 그래서 휴가철 땡볕이 서늘할 정도로 청주시청 안팎은 뜨겁다.

워낙 관심이 집중돼서일까. 뒷말도 많고 별의별 얘기가 흘러 다니고 있다.

인사권자인 시장 스스로 "○○○가 다면평가에서 1위를 차지했다" "그 자리에 ×× 출신은 되고, ×× 출신은 곤란하다"는 말을 공개석상에서 흘렸다. 마치 이미 마음 속에 찍어 둔 인사를 슬며시 흘려 분위기를 살피려는 듯, 아니면 아예 쐐기를 박으려는 듯 서슴없이 말을 뱉었다.

그에 따라 인사발표를 할 것도 없이 내정자가 밝혀진 셈이 됐고, 승진을 오매불망 기다리던 당사자를 두 번 죽이는 꼴이 됐다. 좀체 찾아보기 힘든 인사권자의 사전 공표였다. 오죽하면 "내년 지방선거를 의식해 지나치게 표 계산을 한 때문"이라는 분석까지 나올 정도였다.

'졸품 행정' 되지 말기를

그 영향을 받아서인지 인사를 둘러 싼 뒷얘기는 수그러들줄 모르고 있다. 이미 물밑 작업에 들어간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자리를 옮긴 지 얼마 안 된 사람이 또 다시 이동될 것이라는 얘기가 그럴 듯 하게 들리고 있다. 공무원의 전문분야인 직류별 기세 싸움도 벌어지면서 특정 직류의 우대, 특정 직류의 배제 등이 스스럼 없이 흘러 나오고 있다.

분위기가 이렇다보니 정국은 지금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로 인한 '서거 정국'인데 반해 청주시는 인사를 둘러 싼 '인사 정국'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이를 바라보는 주변 시선이 고울리 없다. 그러니 이제 인사 후유증을 벗어나 청주시 공무원들이 내세우고 있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주민곁으로 다가가기를 통해 '명품 행정'을 펴주길 바란다. 그래서 아기자기하고, 손에 잡히는 시정(市政)으로 무엇이 주민을 위한 서비스인지 청주시가 모범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그렇지않고 내 사람 심기에 바쁘고, 돌아가는 인사 판국에만 정신을 팔 면 손에 잡히기는 커녕 자칫 '졸품 행정'의 산실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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