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부 6장 자반 고등어

▲ <삽화=류상영>

상규네는 진규의 당돌한 말에 얼른 대답이 생각나지 않았다. 밥그릇을 잡아당기려고 하는 인자를 추스러 안으며 박태수를 바라본다.

"내 땅이 읎잖여. 땅이라고는 자갈밭이라서 콩이나 메밀 벢에 심을 수 읎는 밭떼기 하나 뿐잉께, 일 할 사람이 네 명이 아니라 백 명이 있어도 뭐햐. 외려 보리쌀만 많이 들어가지."

"땅이 읎으믄 딴 일을 하믄 되잖여. 꼭, 농사만 짓고 살라는 법은 읎는데 우리는 농사나 짓고 살면서 고등어는 국물만 먹고 살아야 하능겨?"

"딴 일?"

"학산으로 이사 가서 장사를 할 수도 있고, 철재 아부지처럼 목수 뒤를 따라 댕기믄 돈을 벌 수 있는 거 아녀?"

"그 놈, 참……"

박태수는 할 말이 없었다. 자식들 앞에서 애비가 배운 것이 농사뿐이라서 고생이 되더라도 이 짓 밖에 할 수 없다는 말을 할 수가 없어서 상규네를 바라보며 혀를 찼다.

"뉘 자식인지 참말로 잘났다. 그려, 너라도 그릏게 생각하고 있으믄 우리집 희망이 있다. 암, 희망이 있구 말고."

"넌 희망이 있어서 참 좋겄다."

고등어가 목욕을 한 국물이기는 하지만 오랜만의 별식이다. 상규가 밥그릇에 코를 박고 정신없이 퍼 먹다가 철부지 같은 말만 하고 있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큰 놈을 보믄 희망이 영 읎고."

상규네가 인숙이에게 밥을 먹이다 말고 기가 막힌다는 얼굴로 상규를 바라본다.

"진규야 누가 널 부르는 거 가텨."

그 놈 참 맹랑하다는 얼굴로 진규를 바라보고 있던 박태수가 말했다.

"뉘여."

진규는 입 안 가득 밥을 퍼 놓고 밥을 수저를 든 체 방문을 열었다. 마당에는 광성이가 딱지를 이백 장은 넘게 쥐고 서 있다.
"딱지치가 또 햐."

"나, 시방 밥 먹는데."

"둥구나무 아래서 기다릴팅께 밥 먹자마자 나와."

"캄캄한데서 워티게 친다는 거여?"

"우리집 골방에서 치믄 되잖여. 안 칠라믄 아까 딴 거 다 돌려 주든지."

광성이는 진규를 집으로 데리고 가서 직접 딱지 따먹기를 할 생각이 아니다. 이미 형인 광일이에게 부탁을 해 놨기 때문에 오늘밤만큼은 승산이 있다는 생각에 씩 웃었다.

"그랴."

진규는 광성이 어디서 딱지를 구해왔는지 여부는 생각하지도 않았다. 광성이가 가지고 있는 딱지는 못돼도 이백 장은 넘어 보인다. 그걸 모두 따면 모으고 있는 딱지가 이천 장은 넘을 거라는 생각에 기분 좋게 대답했다.

"진규야 나도 같이 가자. 내가 다 따 줄팅께."

"공부를 딱지치는 것츠름 하믄 일등은 못해도 십 등 안에는 들끼다. 당장 내년이믄 중핵교 갈 놈이 안직까지 딱지나 치고 앉아 있응께 한심하다 못해서 두심하구먼."

상규네가 한심하다는 얼굴로 말했다.

"사친회비만 지 때 줘봐, 핵교가믄 맨날 사친회비 때문에 신경쓰느라 공부가 안 되잖여."

상규는 마치 상규네가 그 말을 꺼내기를 기다렸다는 얼굴로 숨 돌릴 사이도 없이 투덜거린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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