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콩과 낙엽성 키 작은 나무 싸리.

세상에 너무 흔하다하여 관심과 사랑을 받지 못하는 풀과 나무들이 우리 주변에 많이 있다. 산과 들 키 큰 나무의 그늘을 피한 양지 바른 곳이면 어디든 잘 자라는 싸리나무가 그 중 하나. 어쩌면 싸리는 그냥 아무 쓸데없는 한낱 초목에 불과하거나 시골 사람에게 고작해야 광주리, 삼태기, 빗자루 등 생활 용품 재료로 사용되는 것으로 생각될지 모르지만 그것은 싸리의 숨은 가치를 제대로 몰라서 하는 소리.

싸리는 콩과에 속하는 낙엽성의 키 작은 나무로 보통 키가 2m정도 되고 줄기는 둥글며 곧게 서고 가지가 많다. 잎은 서로 어긋나고 3장의 작은 잎이 달걀모양으로 달리며 그 사이로 7∼8월에 붉은 자줏빛이 도는 꽃이 피는데 그 향이 너무 좋다. 종자는 사람의 콩팥 모양으로 갈색 바탕에 짙은 점이 있다.

이른 봄에 올라온 새순이나 어린잎에는 플라보노이드, 아스코르빈산 등이 많이 들어있어 적당히 채취하여 끓는 물에 천일염을 조금 넣고 살짝 데쳐내어 찬물에 헹군 후 갖은 양념으로 무쳐내면 봄철 훌륭한 산나물이 된다. 또 어린잎을 깨끗한 곳에서 채취하여 3번 이상 덖어 유리병에 담아 두고 사계절 언제든 녹차처럼 우려 마시면 스트레스로 인한 쳐진 기분을 향상시키고 조급한 마음을 여유롭게 하는데 그만이다.

어린 시절 시골에선 싸리나무를 20∼30㎝길이로 한 줌씩 잘라 묶고 한쪽 끝을 약간 높게 한 후 불을 붙이면 낮은 쪽 끝으로 김과 함께 이상한 기름이 빠져나오는데 이것을 식혔다가 습진이나 무좀, 피부가 헐어 진물이 나오는데 또는 몹시 가려운 곳에 몇 번씩 나눠 발라 효과를 보던 모습이 기억난다.

민간에서는 초가을에 전초를 채취하여 잘게 썰어 말렸다가 좀 진하게 달려 마시면 두통, 신장기능저하, 빈혈증세, 안면홍조증, 관절염, 기침, 가래, 각종 피부병에 도움이 되고, 싸리나무 뿌리는 풍습으로 인한 마비, 타박상, 관절염, 요통에 좋은데 통증을 멎게 하고 땀을 잘 나게 하며 염증을 없애고 요산을 몸 밖으로 내보는 작용도 한다.

줄기나 뿌리껍질을 벗겨 말렸다가 달여 죽염과 꿀을 타서 고운 천으로 여러 번 걸러 눈에 한두 방울 넣어 주면 눈의 피로, 결막염, 충혈 등 각종 눈병에 좋고, 잎을 찜통에 쪄서 말렸다가 주전자에 늘 끓여 마시면 신경쇠약으로 인한 두통이나 머리가 무거운 느낌일 때 술이나 담배 중독, 오래된 신장질환, 변비증세, 위장 질환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싱싱한 꽃을 따서 30도 이상의 소주에 주침해 충분히 우려낸 후 피부에 골고루 바르면 살결을 곱게 하고 기미·주근깨를 없애며, 입욕제로 활용하면 땀을 잘 나게 하여 피부 속에 들어있는 각종 노폐물을 몸 밖으로 배출시키는 데 상당한 효과를 볼 수 있다.

▲ 장 호 봉 약용식물관리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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