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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사회적 성격장애
김미혜  |  news@ccdail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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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9.09.01  18: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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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내가 이렇게 표현하면 무슨 동물 같아?" 큰 녀석과 작은 녀석이 몸동작을 이용해서 사물이나 동물 이름 맞추기 게임을 하고 있었다.

"음… 악어!"

작은 아이의 입에서 악어라는 소리와 거의 동시에 큰 녀석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니라고? 그럼… 도마뱀?" 이번에도 답이 틀렸는지 큰 아이 고개가 아까보다 조금 더 세차게 흔들렸다.

"아! 거북이. 거북이 맞지?" 짧게 두 팔과 다리를 움츠리고, 목을 길게 빼내던 큰 아이가 결국 짜증 섞인 목소리를 뿜어냈다.

"이게 어떻게 거북이야? 보면 모르겠어? 이건기린이지, 기린!"

어처구니없어 하는 표정이 얼굴 가득 그려진 작은 아이는 '기린을 표현하는데 왜 그렇게 짧은 팔 다리를 가진 모습으로 목을 쭉∼ 뽑아내냐고 그러면 누구든지 거북이로 생각하게 된다고 그러니까 형이 잘못 표현한 거'라고 볼멘소리로 따져댔다. 그러자 큰 아이의 그럴듯한 반박이 시작됐다.

기린의 목이 길기 때문에 팔다리가 짧아야지 목이 길다고 생각 할 것 아니냐면서 오히려 동생의 관찰력에 문제가 있다고 소리를 높이고 있었다. 한참을 실갱이하다가 웃고 있는 내게 판정을 요구했으나, 나는 뭐라 할 수가 없었다. 누가 봐도 거북이 같은 큰 아이의 엉거주춤한 모습에도, 목을 그렇게 빼면서 표현한 것을 보았음에도 불구하고 거북이라 했던 작은 아이의 답변에도, 손을 들어 줄 수는 없었던 게다.

간혹 대화를 하다보면 내가 전달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제대로 전해지지 않는 경우가 종종있다. 상대가 혹시 자신의 성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올 경우 '그래, 사실은 너는 아주 이기적이고 자만심이 강해서 주변의 여러 사람을 힘들게 하고 있어. 지난번에도 너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아서 결국엔 우리가 곤경에 처해서 아주 힘들었었잖아. 내가 생각하기엔 너는 사회적인 성격장애자 같아'

뭐 이런 식으로 충고를 하고 싶겠지만 속 시원하게 이야기를 꺼내놓지는 못할게다. 나 역시도 대답은 최대한 소극적으로 상대의 기분이 나쁘지 않은 표현 방법을 쓰게 될 때가 대부분이다.

'네가 조금 튀는 면이 있긴 해. 하지만 너도 진심에서 나오는 건 아니겠지. 조금 까칠한 성격을 부드럽게 하면 너도 백점짜리 사람이라고 생각해'

돌아서면서 나는 속으로 기뻐한다. 내가 저 사람에게 성격이 튀고 까칠하다고까지 표현했으니 분명 반성하게 될 것이라고, 혹시 내가 너무 격하게 표현해서 상처받은 건 아닌지 오히려 걱정을 하게 된다.

하지만 대답을 들은 친구는 '아! 내 성격이 조금 아주 조금 거칠긴 하지만 사람들은 그게 본심에서 나온 게 아니라는 것도 내 속 마음이 부드럽다는 것도 알고 있구나'라고 생각하면서 입가에 만족스런 미소를 짓게 되는 경우가 많다.

새 학기가 시작됐다. 나는 또 어떻게 내가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학생들에게 오해와 과장없이 전달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할 것 같다.

▲ 김미혜 충북대 교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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