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골담초

▲ 콩과에 속하는 낙엽지는 키 작은 나무 골담초.

가을철 시골마을엔 자연산 약초를 구하러 다니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필자의 시골 고향집 돌담 사이에도 약성이 탁월하고 귀한 약초들이 자생하고 있는데, 어느 날 약초상이 불쑥 찾아와 뒤뜰 돌담사이에서 자라고 있는 약초 몇 그루를 통째로 가져가고 그 대가로 30여 미터나 족히 되는 돌담을 헐어 낸 후 예쁘고 튼튼한 시멘트 블록을 쌓아주겠다 제안을 부모님께 한 적이 있었다.

시골에선 한 푼이 아쉬운 터라 부모님은 횡재다 싶어 선뜻 그렇게 하라 하였다가 나중에 내가 그 사실을 알고 약초상과 부모님을 설득하여 없었던 일로 한 경험이 있는데 이 때 약초꾼이 그토록 눈독을 드렸던 것이 바로 골담초(骨擔草).

산야초 이름 뒤에 '초(草)'란 말이 붙는 것은 일반적으로 풀을 뜻하는 말인데 분명 골담초는 나무다. 골담초는 뼈와 신경통에 좋다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콩과에 속하는 낙엽지는 키 작은 나무. 주로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산지에서 잘 자란다고 하나 야생으로 자생하는 경우는 지금까지 만나보지 못했고 보통 시골 동네 담벼락이나 정원에 인위적으로 몇 나무씩 재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다 자라면 키가 2m까지 자라고 가지는 위쪽을 향하며 사방으로 비스듬히 퍼져간다. 줄기는 회갈색으로 날카로운 가시가 뭉쳐나고 5개의 능선이 있으며 잎은 어긋나고 꽃은 5월경 노란빛을 띤 붉은 색으로 피는데 길이는 2.5~3㎝로 어릴 때 이 꽃을 따서 먹으면 달작 지근하여 즐겨 먹기도 하였다. 열매는 9월에 익는다.

민간에선 뿌리를 약용으로 많이 활용하는데 오래 묵은 것일수록 더 좋다. 가을에 뿌리를 캐어 잘게 썰어 말렸다가 차(茶)처럼 꾸준히 끓여 먹거나 달여서 민간약으로 활용한다. 특히 뼈가 쑤시고 아픈 관절통과 신경통에 아주 유용하게 쓸 수 있어 시골에선 많이 활용하는 필수 민간약재다.

조금 번거롭긴 하지만 '골담초 단술'을 만들어 먹을 수 있는 데, 먼저 채취한 뿌리를 깨끗이 씻고 적당한 크기로 썰어 솥단지에 물을 적당량 붓고 충분히 삶아 우려낸 후 건더기는 건져내고 고두밥을 지어 단술을 만들어 먹으면 혈액순환을 좋게 하고 근육과 뼈, 관절통을 완화하는 등 건강관리에 도움이 된다.

꽃을 활용할 땐 튀김으로 해 먹어도 좋고 끓는물에 살짝 데쳐 낸 후 다른 나물과 함께 비빔밥 재료로 이용하면 특별한 맛과 향을 지닌 웰빙 음식으로써도 전혀 손색이 없다.

잎이 붙어있는 나무 가지를 잘라 그늘에 말렸다가 주전자에 보리차처럼 늘 끓여 먹으면 수면장애, 월경이 없을 때, 고혈압과 위장장애, 기침 감기에 유용하게 쓸 수 있는데 특히 여성에게 권할 만하다.

가을에 채취한 뿌리껍질을 깨끗이 씻고 물기를 말린 다음 소주에 주침하면 약간의 쓴맛과 산뜻한 풍미(風味)가 있는 연한 적갈색 약술이 되는데 각종 신경통과 관절염, 이뇨작용, 혈액순환에 좋다. 골담초는 약간의 독성이 있으므로 한꺼번에 너무 많은 양을 먹는 것은 삼가는 것이 좋다.

▲ 장 호 봉 약용식물관리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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