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차이가 깨우쳐 준 말

근래 어느 때 부터인가 '명절증후군'이라는 말을 쓴다. 명절 때 음식을 장만하고 끝마무리할 때까지 한국 여성들이 육체적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아 몸이 아프게되는 증상을 말한다. 맘먹기에 달렸다. 필자는 '명절증후군'도 그런 사례의 하나로 본다.

필자가 어린시절 할머니와 어머니들의 명절음식을 준비했던 사정을 되돌아보겠다. 제사음식 및 명절음식을 거의 집에서 직접 만드셨다. 디딜방아로 떡쌀을 찧어서 송편도 직접 만들었으며, 맷돌로 콩을 갈아 두부를 만들었다. 조청도 직접 만드셨다. 필자도 두 분께서 만드실 때 직접 동참했다. 그분들은 힘이 드셨겠지만 힘들다고 말씀하시는 걸 들어본 적이 없다. 당신들 손으로 직접 만든 정갈한 음식을 조상님께 올리고 집안사람들이 맛있게 먹고 화기애애하게 환담하는 모습을 기뻐하셨다. 지금은 그 시절 힘을 많이 들여 만들었던 음식들은 거의 전문점에 주문해서 쓴다.

직장에 다니는 여성들이 많아 직장 일도 힘든데, 명절 때 쉬지도 못하고 육체적으로 혹사당한다고 한다. 할머니 어머니세대에는 낮에는 농사일을 하고 저녁에 집에 돌아오면 집안일을 하여 지금보다 육체적으로 더 힘이 들었다. 노동조건과 노동시간 영양상태를 비교해볼 때 할머니세대가 더 열악했다. 그래도 그분들이 불만 없이 힘들다고 여기지 않고 즐겁게 할 수 있었던 것은 마음의 차이다. 가족의 화합과 가족의 기쁨을 위하고 조상의 은혜에 보답하고자 하는 정성과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기본이며 당연한 도리라 여긴 것이다. 병도 나지 않았다. 너무 바빠서 병이 날 새도 없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명절증후군'을 느끼는 것은 지금은 여성들이 희생당하고 대가없이 육체적으로 혹사를 당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방송매체들은 명절 때만 되면 의례 '명절증후군'이란 말을 쓰면서,명절때 여성들이 혹사당하고 과로에 시달린다고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앞으로는 다음과 같이 말해주기 바란다. 과거 할머니세대의 고생에 비하면 약과이니, 남을 위해 봉사도 하는데, 그 분들처럼 가문을 위해 하루쯤 넉넉한 마음으로 노력봉사를 하여, 가문사람들의 즐거움을 자신의 즐거움으로 여기면 큰 복을 받는다고. '고생을 낙으로 알고 살아라' 종가집 맏며느리이신 필자의 어머니가 늘 하셨던 말씀이다.

마음의 차이가 느낌의 차이를 깨우쳐주는 말이다. 필자는 삶의 지침으로 삼고 역경을 극복해가며 학문적 기여를 위해 매진하고 있다.

다다음주면 추석이다. 명절은 조상의 업적을 추모 계승하는 의지를 다지고, 후손들의 화합발전을 모색하는 성스러운 자리다. '멸사봉공'은 아니더라도 평소보다 좀 더 노력하고 선심을 쓴다고 생각하라. 일부러 운동도 하는데 조상님과 자신과 2세를 위한 운동이라 생각하라. 그러면 즐거우리라. 하늘과 조상님은 보고 계신다. 사람도 자기를 인정해주는 사람을 좋아한다.

조상님도 마찬가지다.2세와 자기 말년에 부귀공명을 누리기를 바란다면, '명절증후군'을 느끼지 말고 먼저 솔선수범하라. 조상의 음덕도 먼저 받는다.

'명절증후군' 전(前) 세대는 가난했으며 무식했으며 불우했다. 그래도 그들은'명절증후군'을 말하지 않았다. '명절증후군'세대는 그 세대에 비하면 전반적으로 행복한 세대다. 그래도 만족할 줄 모르고 마음도 바꾸지 않기 때문에 불행한 것이다. 마음의 차이가 느낌의 차이며 행복의 차이다.

▲ 이상주 극동대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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