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절로 나온 응원소리

최나연 파이팅! 이 말은 오늘 아침 미국 여자골프투어(lpga) 삼성월드투어챔피언쉽 마지막날 우리나라 최나연 선수가 마지막 티박스에 섰을 때, 갤러리 속에서 터져 나온 응원소리다. 내 나라 밖에서 우리나라 운동선수가 열심히 해서 우승 문턱까지 이르렀을 때 그를 격려하는 마음에서 저절로 터져 나왔을 '파이팅!' 이란 말. 기실 영미인들은 이런 말을 쓰지 않는데,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응원의 말로 이 말을 버릇처럼 외친다. 일본인은 간빠레(がんぱれ), 중국인은 찌아요우(加油), 미국인은 고우고우(go! go!)라는 말로 응원한다고 하지만, 외국에서 경기하며 수백명의 갤러리 사이에서 우리만 알아들을 수 있는 응원소리를 들었을 때 그 선수는 얼마나 큰 힘이 되었을까.

물론 골프경기장에서 조용히 하는 것이 선수를 배려하는 예의다. 그러나 자신도 모르게 응원하는 마음에서 이런 표현이 나오게 된다. 나도 이런 경험이 있다. 수년 전 미국 보스턴tpc에서 열린 pga투어 도이치뱅크챔피언쉽 마지막날 최경수 선수를 응원하러 갔다가 나도 모르게 최경주 파이팅!을 외치던 기억. 당시 최경주는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선수였고 갤러리 중에 한국인으로 보이는 이는 거의 없었는데, 아내와 딸, 셋이서 그를 따라다니며 응원하던 내 입에서 나도 모르게 터져 나왔던 것이다. 그것은 이역만리 외국에서 내 나라 이름을 떨쳐주는 선수에게 같은 국민으로서 보내는 자연스런 응원의 말이었다.

위의 응원 덕분이었는지, 오늘 최나연 선수가 미국 lpga 투어에서 생애 첫 승을 거두었다. 지난 1988년 구옥희의 한국인 첫 우승 이래, 같은 해 us open에서 맨발의 투혼으로 박세리가 우승하여 한국인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며 당시 imf의 질곡 속에 있던 국민에게 희망을 안겨줬다. 이제는 소위 '박세리키드'들이 성장해서 지금까지 무려 27명의 한국선수들이 82회에 걸쳐 우승하고, 올해만도 9번이나 우승해서 한국이 여자골프 세계최강국임을 증명해주고 있다. 이 얼마나 자랑스러운 일인가. 항차 그들이 이제 갓 스물을 넘긴 성장도상의 청년들이란 점은 이 나라의 장래를 뿌듯하게 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지난 주에도 신지애가 우승함으로써 우리 선수들이 우승을 이어가는 것을 보고 별 것 아닌 것으로 생각할 지도 모르겠으나, 생각해보라, 그것은 세계1위인 것이니, 세계 1위가 얼마나 어려울 것인가를.

한국 최고가 세계 최고임을 증명하는 운동분야는 이제 많아졌다. 운동경기로 말하면 태권도, 양궁, 숏트랙, 등이 그렇다. 이제 여자골프도 거의 그런 단계에 까지 왔다. 미국 골프계에서 우승하는 박세리, 김미현, 최경주, 양용은, 신지애 등을 바라보며 수천명의 남녀청소년들이 꿈과 희망의 가지고 연습한다. 부모들이 생업을 제쳐두고 자녀 뒷바라지를 위해 거의 24시간 그들과 함께 뛴다. 그 희망의 열매들이 하나 둘 수확되고 있다. 세계 어느 나라에 이렇게 청소년들의 골프에 열심을 내는 나라가 있을까. 골프원조국인 영국은 물론, 세계골프계를 이끌고 있는 미국에서도 이런 열심은 없을 것이다. 이런 열심이 개인을 발전시키고 나라를 성장시킨다.

최나연. 이미 한국에서 3승을 거두고 작년부터 미국 lpga에서 활동하면서, 소위 뒷심부족으로 우승문턱에서 번번히 실패를 맛보며 팬들을 안타깝게 했던 21살 그녀. 오늘 경기도 7타 차로 앞서가다가 연이은 실수로 한 타 차 2위까지 떨어져 보는 사람의 마음을 졸이게 하더니, 위의 응원소리와 같은 많은 이들의 응원 속에 마지막 홀에서 일본의 미야자토 아이를 한 타차로 물리치고 감격의 역전우승을 차지하다. 언제나 수줍은 모습의 소녀 최나연. 새벽잠을 설쳐 가면서 응원하던 나도 속으로 외쳤다. 최나연 파이팅! 그리고 그녀의 우승에 한국인으로서 감격의 눈물 한 줄금을 흘렸다. 더 많은 선수들이 세계무대에서 우리조국 대한민국의 이름을 높여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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