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영향 받는 교육현실
토정 이지함의 제자인 서기(徐起 1523~1591)는 종이었다. 조선시대에 종의 신분으로서 학자가 된다거나 도덕적으로 존경을 받는 위치에 이른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는 새삼스럽게 거론하지 않아도 익히 아는 일이다. 한마디로 불가능한 일이며, 설사 가능성이 있다 해도 낙타가 바늘구멍으로 수레를 끌고 들어가는 것보다 낮은 확률일 것이다. 종의 신분이라는 틀에 갇혀서 글을 배울 기회가 전혀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서기는 어려서 상전의 어깨 너머로 글을 익혔다. 고된 일을 하면서 틈틈이 글자 하나를 알면 그 글자를 땅에 써가며 익혔다. 자라면서 아는 글자가 늘어났다. 글자에 담긴 뜻도 깨달았다.
상전은 부리는 종인 서기가 배움을 갈망하고 있음을 알았다. 상전은 서기에게 배움의 기회를 주었다. 서기를 처사라고 불러주었다. 배우고자 하는 서기의 인격을 존중해준 것이었다. 서기의 학문이 높아지자 주변에서 사람들이 입을 모아 말하기를, 종도 가상하지만 그 상전이 참 어질다, 라고 하였다.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교육을 중시하여 왔다. 교육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여망 또한 날로 커져가고 있다. 교육이 사회적 신분 이동의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학교는 사회 평등화를 위한 위대한 장치'라고 교육학자 호레이스만은 주장한 바 있다. 그런데 부모의 학력 수준과 경제적인 능력이 자녀의 교육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 우리의 교육 현실이 아닌가.
부모의 사회적 신분이나 경제적인 능력에 따라 교육의 기회가 달라지는 교육기회의 불균형, 도시와 농어촌 지역 문화 시설 등의 차이로 발생하는 교육 격차와 이에 따른 교육 소외 현상은 단기적으로는 학업 성취의 격차를 가져오고, 장기적으로는 학력 간 임금 격차 및 소득 격차로 이어져 사회 양극화 현상을 초래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근대 사회에서 인구의 증가는 선정의 지표였다. 조선시대 지방 수령은, 임지로 떠날 때 임금 앞에서 수령칠사(守令七事)인 농잠의 흥성(農桑盛), 호구의 증가(戶口增), 학교의 발달(學校興), 군정의 정돈(軍政修), 부역의 균등함(賦役均), 송사의 간략함(詞訟簡), 간활의 멈춤(奸猾息)을 외워야 했다. 수령칠사 중에 두 번째가 호구, 곧 인구의 증가다. 인구의 증가를 얼마나 중요하게 여겼던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대한민국 인구가 줄어든다고 걱정이 태산이다. 아이를 낳지 않는 이유 중에 자녀의 양육비 걱정이 가장 높다. 공교육비만으로는 자녀의 양육에 충분하지 못하다는 뜻이다. 사회 양극화가 심화되면 어떠한 현상이 일어날까. 부와 가난이 심화되면, 부자는 상전 노릇을 가난한 자는 종노릇을 해야 하는 경우가 생겨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아무리 종이 가상하다해도 상전이 어질지 못하면 서기와 같은 사람이 될 수 없다. 어느 부부에게 아이를 낳으라 하였더니, 나보고 종을 낳으란 말이냐며 버럭 반문을 했다는 사실이 서글프다. 교육의 기회는 누구에게나 균등해야 한다.
지난 주 목요일(9월 24일)에 충북대학교 개신문화관에서 워크숍이 개최되었다. 국립사범대학부설중고등학교연합회 교장과 교사, 충청북도 중고등학교 교감이 참석한 가운데 방과후학교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는 워크숍을 충북사대부설중학교에서 주관하였다. 오전에는 교육전문가와 교육행정가의 강연이 있었고 오후에는 현직 교장들의 운영사례 발표가 있었다. 충북 노은중학교 김영옥 교장은, 보련 에듀코어 운영사례를 발표하였다. 농산촌에 지역에 살고 있다는 이유 때문에 교육 균등 기회에서 소외되고 있는 인근 학교들의 거점이 되어 야간과 휴일에 실시한 방과후학교 운영사례는 참석자의 감동을 일으켰다. 농산촌 지역 문화 시설 등의 차이로 발생하는 교육 격차를 해소한 성공사례였다.
학교의 정규 교육 과정에서 충족시키지 못하는 교육 수요자의 요구를 조금이나마 해결할 수 있는 것이 방과후학교다. 교육의 수요 충족은 학교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 학교가 단순히 교과 교육의 공간이 아닌 교육 복지를 실현하는 공동체로 기능이 확장되기 위해서라도 방과후학교는 활성화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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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창식 청주 충북대 사대부중 교사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