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인식

청주국제북아트전이 작년에 이어 올해도 청주시한국공예관에서 열리고 있다. 10개국의 해외작가 33명, 국내작가 37명, 총 70명 작가의 140여 작품이 선보이고 있다. 이번 전시는 '북아트 오디세이 book odyssey' 라는 주제로 열리는데 이는 북아트를 통한 조형 탐구ㅡ 지적 탐구를 뜻하며 책을 단순히 물질적인 개념이 아니라 시간과 공간을 가로지르는 비물질적 공간으로 설정하여 작품들에서 추구된 현실 세계보다 내면의 기억과 상상력의 눈으로 본 환상의 세계는 작가들의 표현의 자유와 깊이를 증폭시켜주고 있다. 그리하여 공간에서 시간까지 그리고 개념에서 구체화까지 풍부한 감성으로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관통하는 작품들은 새롭고 독창적인 전시구성으로 그 시대의 정신과 예술세계를 담고 있다.

세계 각국 70명의 저명한 작가들의 작품들을 보다보면 저마다 각각의 독특함과 작가의 예술 세계가 얼마나 무한한지 새삼 놀라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 북아트는 역사가 매우 짧음에도 어린이 교육과 연계되면서 빠르게 일반인들에게 알려졌다. 그러나 미처 소화시킬 틈도 없이 빠르게 보급돼서인지 부정적인 면도 있다. 바인딩 위주의 보급과 자격증이 그것이다. 단순히 노트 만드는 것이 북아트라고 잘못 인식되고 있을 정도로 제본(북바인딩, bookbiding)과 북아트가 혼용되고 있으나 엄격히 말해 다르다. 북바인딩은 책을 만드는 외향적인 기술적 측면을 중시한다면 북아트는 책 안에 담겨진 예술적인 표현을 통한 내용을 더욱 중시한다.

어린이 북아트도 책읽기를 통한 조형 체험을 결부시켜 창의성과 상상력을 발휘시키려는 본질적 접근보다는 북아트 자격증에 관심이 집중됨은 여타 다른 자격증의 문제와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들은 국내외의 좋은 작품들을 볼 수 있는 좋은 전시를 통해 서서히 개선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청주는 세계 최고(最古) 금속활자본인 '직지'의 고장이다. 직지는 구텐베르크 성서보다 70여 년을 앞선다. 그동안 청주는 직지를 알리는데 주력해 왔다. 유네스코에 등재되는 등 그만큼 성과도 컸다. 앞으로 직지공원 등을 건립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러나 직지를 알리기 위해 많은 예산을 들여 많은 일들을 했지만 외형적인 측면에만 치중된 면 또한 부인할 수 없다. 이제는 과거의 유산, 직지를 뛰어 넘어 오늘날의 사람들이 공감하는 경쟁력 있는 문화 컨텐츠를 만들어내야 하고 당연히 이를 극복해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세계 최고의 금속활자본 직지를 만들어낸 역사성과 정체성이 청주의 강력한 힘이다. 이를 바탕으로 내실 있는 문화 컨텐츠를 만들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2009청주국제북아트전의 의미와 가치는 남다르다. 청주시의 1인1책 만들기도 잘 다듬어 자리 잡는다면 청주만의 문화 컨텐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수년 전 청주는 인쇄출판박람회때 서체공모전을 열었다. 아마도 지자체에서 서체 공모전을 한 것은 청주가 처음일 것이다. 당시 수상작에 직지체라 부르면 좋겠다는 제안이 나왔음에도 청주시는 더 이상 이를 추진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에 태평양 등 대기업들이 서체를 개발해서 무료로 보급하고 있고, 서울시도 고유전용서체를 제작해 보급하고 있다. 이는 청주가 직지를 알리는 강력한 문화경쟁력을 실기한 예로 아쉬움이 크다.

요즘은 거의 모든 사람들이 컴퓨터를 사용한다. 컴퓨터를 사용하는 사람에게 서체는 바늘과 실이다. 좋은 서체를 개발하여 직지체로 명명해서 무료로 보급하면 청주는 지금보다 더 적은 예산으로도 직지를 효율적으로 알릴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문화컨텐츠는 무엇보다 선점하는 것이 최대의 경쟁력이다.

청주시가 내실 있는 문화 컨텐츠를 만들어 앞으로 어린이와 청소년 교육 환경이 좋은 청주, 문화컨텐츠 기반조성이 잘된 청주로 전 국민들에게 인식된다면 그 어떤 경쟁력보다도 강력할 것이다.

2009청주국제북아트전을 통해 직지의 고장 '청주'가 문화예술의 도시 청주로 새롭게 발돋음하기를 바란다.

▲ 김태철
청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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