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국정감사 시기를 맞아 국회에서 학교 폭력과 관련한 통계가 쏟아지고, 교육 당국에 대책마련을 촉구하는 '쓴소리'도 연일 이어지고 있다. 그동안 학교 폭력 문제를 해결한다며 근절책을 내놓고, 대책 마련에 골몰해 왔지만 말처럼 쉽지 않는 게 현실인 만큼 교육 당국이 '뭇매'를 맞고 있는 것은 당연지사다. 학교 가기가 무섭다는 자녀를 달래 학교를 보내놓고도 안심하지 못하는 학부모들이 상당수에 달한다고 한다. 혹시 아이가 학교나 학교 주변에서 불량 학생·청소년들에게 폭행을 당하거나 금품을 빼앗기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오죽하면 늦은 밤 시간대 학교 주변에서 아이들을 기다리는 차량 행렬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학교 폭력 위험을 보장하는 보험까지 생겨났겠는가. 학생들은 꿈 많은 시기에 정해 놓은 목표를 향해 '올인'하고, 학부모들은 아이들 뒷바라지에 매달리는 게 우리의 '통과의례(通過儀禮)'지만 말 그대로 이상일 뿐이다. 아이들이 폭력에 시달릴 걱정에 조바심 속에 생활하는 게 우리네 학부모들의 일상이 됐으니 참 안타깝고 씁쓸할 따름이다.

- 충북은 올들어 크게 줄어
자유선진당 이상민 의원이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해 전국에서 발생한 학교폭력은 8813건에 달했다. 지난 2007년 8444건 보다 늘어난 수치다. 학교 폭력 유형은 신체 폭행이 2007년 6263건(74.2%), 2008년 6198건(70.3%)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고, 금품갈취 2007년 1398건(11.8%)·2008년 1645건(18.7%), 집단 따돌림은 2007년 251건에서 2008년 304건으로 증가 추세를 나타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올들어 충북도내에서 발생한 학교 폭력이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눈길을 끈다. 충북도교육청에 따르면 올 상반기동안 초·중·고교에서 발생한 폭력 행위는 신체 폭행 66건, 협박 1건, 금품 갈취 15건, 집단 따돌림 2건 등 88건에 이른다. 지난 해 같은 기간 134건에 비해 34.4% 46건이나 감소한 것이다. 가해학생 수는 지난해 382명에서 230명, 피해학생 수도 281명에서 236명으로 줄었다. 그러나 중학교에서 49건이나 발생, 고교생을 제치고 중학생들의 학교 폭력이 가장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학교 폭력이 점차 어린 층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사실이 통계로 확인된 것이다.

- 사회가 만들어낸 업보
얼마 전 충북도교육청과 해병전우회 충북도연합회가 업무 협약을 통해 '자녀 안심하고 학교 보내기 운동' 발대식을 가졌다. 해병전우회는 건전한 청소년 육성을 위해 자발적으로 청소년 유해환경과 우범지역을 순찰하고, 청소년들을 계도·감시하는 등 가장 활발한 봉사를 해 온 단체로 활동의 결과가 주목받고 있다. 그동안 학교 폭력 해결에 교육·사법 당국만 나서왔을 뿐 일반 단체에서 팔을 걷어 부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로 그만큼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정부에서도 학교 폭력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반드시 근절시키겠다고 단언했지만 결과는 어땠는가. 오히려 학교 폭력이 늘어난 사실이 통계에서도 드러나지 않았는가. 어린 아이들이 음주·흡연을 일삼고, 패싸움이나 집단 폭행이 바로 옆에서 자행돼도 못 본 척 그냥 지나치는 게 현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어른들의 '자화상'이다. 그럴듯하게 각색된 시나리오로 학교 폭력의 문제아를 영웅화시킨 영화가 대 히트를 치는 곳이 우리나라다. '합의금을 물어주는 한이 있어도 내 자식이 맞고 다니는 꼴은 못 본다'는 의식을 갖고 있는 게 우리네 학부모들이다. 학교 폭력 책임을 놓고 교육 당국만 손가락질해서는 안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학교 폭력은 우리 사회가 만들어 낸 업보(業報)다. 근본적으로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학교 폭력은 사회 구성원 전체가 내 자식 문제처럼 적극 나서고 매달려야 만 해결될 수 있다. 그 이상의 방안이 있겠는가.

/김헌섭 교육문화팀장

▲ 김헌섭교육 체육부장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