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가치 있게 하는 일

세상에서 가장 강한 적은 바로 자신이란 말이 있다.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는 자가 또한 진정한 승리자란 말에선 고개가 끄덕여진다. 이는 곧 절제를 의미하기도 하고 의지를 뜻하기도 한다.

지난 10일 충청일보사가 주최한 '패티김 50년 꿈의 여정 콘서트 공연'을 대학 다니는 둘째 딸과 함께 보았다. 그날 딸과 함께 찾은 공연장엔 몇 시간 전부터 미리 와서 공연을 기다리는 남녀 중년층들과 노년층들로 북적였었다. 그들 속에서 아마도 20대 젊은이는 행사 요원을 제외하곤 나의 딸 혼자인성 싶었다.

충청일보사로부터 공연장 관람 초청을 받고 딸아이에게 함께 갈 것을 권유하였다. 처음엔 그것을 딸아이는 한마디로 거절 했었다. 어르신들이 자리할 공연장이라 쑥스러워 자신은 가지 않겠노라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난 딸아이와 달리 꿍꿍이속이 있었다.

패티 김 하면 그 명성이 매우 높은 대중 가수 아닌가. 더구나 반세기 동안 팬들로부터 변함없이 사랑을 받고 있는 가수이기도 하다. 이는 가수로서 매우 성공한 케이스다. 그날 나는 패티 김의 공연을 통하여 그녀가 그 자리를 지키기까지 무언가 남다른 면이 있음을 직감했다. 하여 그 면모를 직접 딸아이에게 피부로 느끼게 하고 싶은 속셈이 있었던 것이다.

요즘 대학 4학년인 둘째딸은 취업을 위해 벌써부터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다. 영어 토익은 물론 토플은 기본이고 회사가 요구하는 자기소개서 쓰느라 밤을 꼬박 새우기도 한다. 워낙 취업난이 낙타가 바늘귀 들어가는 형국이니 취업에 대한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닌 듯싶다.

젊은 날의 성공은 무엇을 의미할까? 요즘에 있어 젊은이들의 인생 성공은 단연 대기업의 취업일 것이다. 하지만 설령 자신이 원하던 어느 사회적 신분을 얻었다하여도 철저한 자기관리가 이뤄지지 않으면 자칫 애써 이룬 꿈이 산산조각이 날 수도 있다.

여기서 자기관리란 먼저 자신이 어떤 일을 하든 그 일에 긍지를 느끼고 그 분야에 최고의 능력자가 되도록 자신을 꾸준히 연마하는 일이다. 이는 말은 쉽지만 행하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무슨 일을 하든 성공한 사람들을 보라. 분명 성공 자와 실패자는 크나큰 차이가 있음을 감지 할 수 있다.

패티 김의 경우 칠십이 넘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탄력 있는 건강한 몸매와 세련된 무대 매너로 공연장의 수많은 팬들을 압도했었다. 이런 면은 젊은 가수들조차 감히 흉내 낼 수 없는 패티 김만의 카리스마였던 것이다. 그녀의 두 시간 여의 공연을 지켜보며 가장 절실히 느낀 것은 그녀는 가수로서의 자신의 삶에 매우 자긍심을 느끼고 있음을 엿보았다. 무엇이든 미쳐야 미친다고 했다. 50여년이라는 반세기의 세월 속에서 그녀는 노래를 자신의 생명줄로 여기고 노래를 사랑하고 흠모한 여인이었다.

성량이 풍부하고 모든 장르를 아우를 수 있는 것도 선천적인 면도 있겠지만 그녀의 보이지 않는 피나는 노력도 그에 일조를 했을 것이다. 무엇이든 노력 없인 좋은 열매를 거둘 수 없다. 준비하고 노력하는 자는 천재도 못 따른다고 할 정도다. 하지만 피나는 노력으로 자신이 원하던 목적에 도달하고 꿈을 성사시켰다하여도 그것을 빛나게 하는 의지 또한 필요하다.

진정한 인생의 성공은 자신이 이룬 꿈을 더욱 가치 있게 가꾸는 일인 것이다. 안주하여 안일함만 추구한다면 그 성공은 더 이상 빛을 발하지 못한다. 성공을 더욱 발광(發光)키 위해선 쉼 없이 자신을 채찍질 하여 자만에 빠지지 않아야 한다.

패티 김이 칠십이 넘은 나이에도 최고의 대중 가수로서의 자리매김을 할 수 있었던 것도 철두철미한 자기관리에 의해서였다. 그런 패티 김을 지켜보며 가슴 벅찬 희망을 다시금 얻었다. 이번 그녀의 공연은 아름다운 대중가요를 우리들에게 들려 준 것 외에 덤으로 안겨준 게 너무나 많다. 늦은 연령에도 무엇이든 도전 할 수 있다는 용기와 자신감을 불어넣어줘 참으로 우리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자못 크다.

▲ 김혜식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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