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운향과 낙엽송 나무 산초나무.

잘 익은 열매의 모양이 앙증맞고 풍기는 향 또한 독특하며 민간에선 예로부터 기관지와 천식에 최고로 치는 산야초가 바로 산초나무.

세상에는 이동하지 못하면 적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강한 독을 가졌고, 화려하지 못하면 곤충들을 쉽게 불러들일 수 없으므로 종족 번식을 위해 강한 향을 가지는 것은 자연의 이치. 산초나무 꽃 또한 작고 보잘것없어 보이나 그 특이한 향만큼은 강한 것을 보면 더불어 살아가는 것들의 조화로움에 그간 욕심으로 가득 찼던 내 마음이 한없이 부끄러워지니 진짜 스승은 곧 자연이 아닌가 한다.

산초나무는 우리나라 산속 어디든지 잘 자라는 운향과에 속하는 낙엽송 나무로 다 자라면 키가 3∼4m나 되고 붉은빛이 도는 갈색의 잔가지에 가시가 서로 어긋나게 나 있으며 잎은 어긋나고 13∼21개의 작은 잎으로 구성된 깃꼴겹잎이며 그 작은 잎은 1∼5㎝의 넓은 바소꼴이며 양끝이 좁고 가장자리에 물결모양의 톱니가 있다.

꽃은 암수딴그루로 8∼9월에 흰색으로 피고 가지 끝에 산방꽃차례를 이루며 열매는 삭과로 둥글며 길이가 4㎜정도로 작고 녹색을 띤 갈색이며 다 익으면 3개로 갈라져 검은색의 씨앗이 나온다. 이 씨앗을 얻기 위해서는 꼬투리가 벌어지기 직전에 채취하여 햇빛에 말렸다가 다음날 새벽이슬을 맞은 후 막대기로 톡톡 두드려야 씨앗만을 꼬투리에서 쉽게 분리할 수 있다.

이른 봄 어린 새순만을 채취하여 된장국에 넣어 먹고 전도 부쳐 먹으며 김치를 담궈 먹을 수도 있다. 삼겹살을 좋아하고 산초나무 향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프라이팬에 산초나무 잎을 깔고 그 위에 고기를 올려놓은 후 맛있게 잘 구어내면 잎의 향기가 고기에 푹 베어 고기 맛이 기가 막히다.

늦여름 약간 덜 익은 열매를 채취하여 된장에 박아 두었다가 산초장아찌를 만들어 먹으면 몸에도 좋은 웰빙음식이 되고 잘 익은 까맣고 반질반질한 열매를 채취하여 기름을 짜 두었다가 각종 전을 부치거나 다름 음식에 조금씩 가미하면 한층 풍미가 있어 좋다. 특히 예로부터 민간에선 이 기름을 프라이팬에 흥건하게 붓고 돼지의 허파나 두부를 큼직하게 쓸어 지져어 먹으면 노인들의 각종 기관지 계통 질환에 최고라 하여 많이 활용해 왔다.

한방에서는 이 열매의 껍질을 천초(川椒)라 하여 주로 건위, 정장, 구충, 해독, 살충작용으로 활용하기도 하며 약술을 좋아한다면 꽃, 열매, 잔가지, 새순, 껍질을 소주에 주침하여 숙성시키면 식욕증진, 소화촉진, 불면, 위장질환, 해열, 건위, 저혈압 등에 좋으며 생선이나 육식 중독에는 열매술, 위장이 약한 사람은 잔가지술이나 뿌리술이 더욱 도움이 된다.

▲ 장 호 봉 약용식물관리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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