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나라가 시끄럽다. 세종시 문제로 국민들은 춤을 추고 있다. 즐거워서 추는 춤이 아니라 시시각각 변하는 정부 정책으로 갈피를 잡지 못하고 휘청거리는 것이 춤을 추는 모습으로 비춰지고 있는 것이다.

십수년 전 충북의 한 기초단체장은 지역의 명소에 '벚꽃나무'를 심었다. 그런데 단체장이 바뀌면서 '벚꽃나무'는 잘려 나갔고, 4년 뒤 단체장이 바뀌자 또다시 '벚꽃나무'가 심겨졌다.

건강을 위해 하루도 빠지지 않고 해당 장소를 방문했던 한 시민은 기가 막혀, 그 다음부터는 지자체장 선거를 아예 외면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러한 현상이 기초단체장도 아닌 정권 차원에서 이뤄진다면 문제는 훨씬 심각한 것이다.

물론 세종시 내 '9부2처2청' 모두가 옮겨야 하는 문제는 논란의 소지가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국민과 약속이요. 약속을 믿고 고향을 떠난 사람들이 느끼고 있을 배신감의 정도일 것이다.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와 안상수 원내대표는 불과 몇일전까지도 '세종시 원안추진'이 이뤄져야 하고, 정운찬 국무총리의 발언은 지극히 개인적인 발언이라고 얘기했었다.

그러나 정몽준 대표 등은 지난 11일 정운찬 국무총리와 '극비회동'을 가진 사실이 언론을 통해 흘러나왔다. 그리고 '행정중심복합도시'에서 '행정중심'을 뺀 '복합도시' 건설을 추진키로 했다는 시나리오까지 보태지면서 정국은 크게 요동치고 있다.

향후 충청권과 야권의 반발이 불보듯 뻔한 내용이다. 갈등이 확산될게 분명하다. 여당 대표와 안상수 원내대표까지 '세종시 원안추진'을 약속했지만, 실제 약속은 지켜지지 않을 모양새다.

세종시 문제가 이처럼 정국의 뇌관으로 떠오르면서 정치권과 언론의 시선이 또 다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에게로 쏠리고 있다.

세종시 성격을 수정하려면 법을 개정해야 하고, 법을 개정하려면 60여 명에 달하는 박근혜계 의원들의 협조를 구해야 하기 때문이다.

세종시에서 행정도시 성격을 아예 지워버리는 방안은 말할 것도 없고, '9부2처2청'이 아니라 적으면 한개, 많아야 5개 부처만 옮기는 방안을 추진해도 그렇다. 이 경우에도 법 개정은 불가피하다.

법제처는 현재 '총리실을 이전 대상에서 제외하면 행정도시 성격을 잃어버리므로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정부 고시로 대충 넘어갈 수가 없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설령 법 개정 절차를 피하더라도 박근혜 전 대표의 협조는 필수적이다. 박근혜 전 대표가 세종시 수정을 대놓고 반대하는 장면을 연출하면 정국 지형이 바뀌게 된다.

정부와 여당은 세종시 수정 추진력을 잃고 야당은 '먹잇감'을 얻을 수 있다.

박 전 대표는 사선으로 대권가도를 뚫어야 한다. 충청권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는 소기의 성과를 올리기 어렵다. 무조건 끌어안아야 한다. 충청 민심을 적극 껴안아야 한다.

대놓고 반대하기도 힘들 수 있다. 너무도 일찍 정권과 대립각을 세울 경우 '전투'가 길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미디어법 논란과 마찬가지로 중도에 '이 정도면 국민들이 이해해주실 것….'이라며 중용(中庸)을 선택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10·28 재보선과 내년 6월 2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국민의 심부름꾼인 정치권은 지금 국민을 대상으로 너무도 위험한 선택을 강요하고 있다.

▲ 김동민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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