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매 주침한 약용주 복용시 피로회복 등에 도움

▲ 다래나무과 낙엽성 덩굴식물 '개다래나무'.

사계절 어느 때든 약간의 시간만 주어지면 산으로 들로 돌아다니는 것이 생활습관으로 굳어 진지 오래다. 비록 동일한 장소라 할지라도 찾는 시기마다 각각 다른 모습과 감흥으로 다가오는 것은 변화무쌍한 자연의 섭리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숲 속 임도를 따라 걷다보면 코를 타고 들어오는 이름모를 풀냄새와 꽃향기로 내 발길은 멈추게 되고 디지털 카메라 셔터는 연신 찰각거리기 일쑤다.

오늘도 짬을 내어 평소와 다름없이 산속을 헤매며 각종 산야초 사진을 찍고 있는데 사람의 발자국이 보이더니 저만치 앞에 키 큰 나무가 몇 그루 힘없이 넘어져있고 하늘을 향해야 할 나뭇잎이 땅바닥으로 곤두박질하고 있는 것을 보고 다가가 보니 누군가 톱으로 나무를 통째로 잘라 버렸다. 잘려진 나무와 뒤엉켜 있는 덩굴 보습으로 봐 민간에서 류마티스 관절염과 통풍치료제의 대명사로 잘 알려져 있는 바로 개다래나무였다. 열매를 채취하기 위해서다.

이 나무는 다래나무과에 속하는 낙엽성 덩굴식물로 우리나라 전국 각지 산골짜기 물기가 많이 있는 숲 속 나무 밑이나 계곡에서 잘 자란다. 다 자라면 덩굴이 5m나 되고 속은 흰편이며 잔가지에는 어릴 때 연한 갈색의 털이 솟아난다. 잎은 둥근 달걀 모양이거나 타원형으로 어긋나고 끝부분이 점점 뾰족해지며 여름철에 잎의 앞면 일부가 마치 피부 백반증처럼 흰색으로 띄엄띄엄 섞여 있어 누구나 쉽게 구별할 수 있다. 열매는 긴 타원형으로 끝이 뾰족하고 9∼10월에 누렇게 익으며 아래로 축 늘어진다.

열매에는 아스코르빈산 등이 함유되어 있어 맛이 시고 쓰고 떫고 맵고 아려 생것으로는 먹지 못하며 가을에 채취하여 햇볕에 바짝 말렸다가 가루 내어 먹으면 각종 통증을 멎게 하고 요산과 염증을 없애며 특히 민간에선 통풍과 류마티스 관절염에 최고의 선약으로 알려지면서 찾는 사람이 부쩍 많아졌다.

또 이 열매 속으로 벌레가 들어가 기생하면 모양이 울퉁불퉁하게 변해 땅에 떨어지는데 깨끗이 씻어 뜨거운 물에 푹 담궈 열매 속 벌레를 죽인 다음 말렸다가 약으로 쓰는데 이를 목천료(木天蓼)라 하며 벌레 먹지 않은 것보다 더 비싼 값을 쳐 준다.

줄기와 잎도 민간약으로 사용하는데 주로 몸을 따뜻하게 하고 배속에 있는 덩어리를 삭이며 각종 염증을 다스리고 혈액순환을 좋게 하는데 도움이 된다.

이 덩굴나무의 특유한 성분은 호랑이, 표범 등 고양이과 동물들을 성적으로 흥분하게 한다하여 예로부터 성기능 개선제로 알려져 있으며, 신경통은 물론 거풍 및 통기의 효능이 있어 중풍과 안면신경마비증, 산후통, 허리통증, 몸이 차서 오는 냉통 등 다양한 증상에 활용된다.

가을에 싱싱한 열매를 따서 깨끗이 씻고 물기가 마르는 대로 소주에 주침하면 신맛과 매운맛 등이 혼합된 특이한 맛과 향이 있는 연한 오렌지색의 약용주가 되는데 피로회복, 강정, 강장, 강심, 숙면, 신경통 특히 통풍에 탁월한 도움을 얻을 수 있다.

약술을 좋아하지 않으면 토종꿀에 재워 먹거나 설탕과 버무려 효소를 만들어 먹어도 된다.

▲ 장 호 봉 약용식물관리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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