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부 2장 달 그림자

▲ <삽화=류상영>

오씨가 한마디 하자 여기저기서 때를 만났다는 얼굴로 농담을 던졌다. 황인술이 막걸리 주전자를 들어서 장기팔에게 술을 따라주면서 박태수에게 물었다.

"자네도 요새 태수 때문에 편하게 나무장사 하고 있잖여."

"히히, 그건 맞는 말씀유. 그래서 이웃사촌이 좋다는 말도 있잖유."

김춘섭은 변쌍출의 말에 뒷머리를 긁으면서 민망하게 웃었다.

"지가 보기에도 작년 보담은 더 벌었으믄 더 벌었지 못 벌지는 안았을뀨. 좌우지간 저 놈 때문에 나 같은 놈인 맥이 팍팍 빠진다니께……"

박태수가 뭐라고 말을 하기 전에 김춘섭이 불만이라는 표정으로 말했다.

"춘셉이 자네도 면장님한티 소 한 마리하고 달구지 한 대 내 달라고 하믄 되잖여."

장기팔이 신문지로 만 담배를 피우느라 연기를 무럭무럭 내 뿜으며 강 건너 불구경하는 목소리로 말했다.

방 천장에는 안개처럼 담배연기가 뿌옇게 고여 있으나 어느 누구하나 방문을 열어 놓으라는 사람이 없었다. 상 위에는 소금에 절여 전을 부친 배추전이며, 고구마전에 파전에 김장 김치가 안주로 올라 있다. 막걸 리 두되가 들어가는 주전자는 여기저기로 돌아다니며 빈 잔을 채우고 있다.

"춘셉이 저 놈이 속 읎이 지껄이는 말을 믿으시는구먼. 면장님이 소하고 달구지를 그냥 줬겠슈?"

"장리 이자를 붙여서 내 줬담서?"

변쌍출이 막걸리를 몇 모금 마신 잔을 내려놓으며 물었다.

"그려유. 면장님이 하시는 말씀이 내 평생 소를 외상으로 달라는 사람은 츰 봤다. 내가 비록 배운 것이 부족해서 면장벢에 해 먹은 것이 읎지만 조선시대에도 그런 적은 읎던 거 같다. 그랑께 이자를 을매나 받아야 하는 것은 순전히 상식과 이치에 맞게 정하는 것이 옳을 거 같다. 소라는 놈은 해마다 같은 량의 곡식이 소출되는 논밭전지와는 분명히 다르다. 부리는 사람이 을매나 부지런히 부리느냐에 따라서 을매든지 소출을 늘릴 수 있다. 그릏다고 피차 모르는 사이도 아닌데 터무니 읎는 돈을 받을 수도 읎고 해서 딱 장리이자만 받아야 겄다. 그라시믄서 요새 쟁기질할 만한 소 한 마리가 을매여? 내가 알기루는 십만 환은 줘야 할껴. 라고 말씀하시잖유. 그래서 지가 그럴꺼라고 했쥬. 그랬드니 십만 환이믄 쌀이 몇 가매여? 라고 묻지 않겄슈? 그래서 요새 상급으로 치믄 만팔천 환잉께 많이 잡아야 다섯 가마니 가웃은 될거라고 했쥬. 그랬드니 면장님이 대뜸 물으시는 말씀이 자네는 세금을 낼 때 워티게 내능겨? 라고 묻지 않겄슈?"

"옳거니, 정부 고시가라는 거시 항상 시중가 보다 삼 할 정도 밑도는 시셍께 어뜬 말이 나올지 알겄구먼."

박태수가 하는 말을 가만히 듣고 있던 순배영감이 그러면 그렇지 하는 얼굴로 말했다.

"그랑께, 그 머여. 정부 고시가로 치자면, 을매를 더 줘야 한다는 거여? 내가 알기루는 요새 정부 고시 가격이 만사 천환인가 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만사천 환이믄 십만 환으로 및 가마니를 살 수 있는 거여?"

"춘셉이는 장작지고 학산만 달릴 줄 알았지 산술은 영 깡통이구먼. 만사천 환씩 치믄 얼릉 계산해도 일곱 가마니 구먼. 태수, 내 계산이 틀렸능가?"

황인술이 손가락을 집어 가며 계산을 한 후에 박태수에게 물었다.

"구장님 계산 하나는 똑 소리 나누만유."

"그래서 구장이지 달리 구장인가, 그래서 워티게 됐다는 거여?"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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