잎차 복용시 당뇨병·고혈압 등에 효과

서리가 올 무렵 산골짜기나 산비탈을 오르다 보면 큰 나뭇가지에 조그맣고 앙증맞은 작은 열매가 빽빽이 달려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잎이나 열매의 생김새는 감을 쏙 빼닮았으나 크기 면에서는 감보다 훨씬 작아 일명 작은 감이란 뜻으로 소시 또는 고욤나무라 불린다. 시골에서 자란 사람들은 이 나무를 쉽게 알 수 있으나 도시에서만 생활해 온 분들은 잘 모를 수도 있지만 우리가 흔히 먹는 홍시, 곶감은 바로 이 고욤나무로 접을 붙여 만들어진 즉, 감나무의 원조라 보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특이하게 감나무의 씨를 뿌리면 감나무가 되지 않고 고욤나무가 되는데 이때 고욤나무를 3∼5년 더 키워 감나무 가지를 접붙여야 그 다음해에 비로소 감을 얻을 수 있다. 관례적으로 제사를 지낼 때 감을 반드시 올리는데 그 이유인즉, 사람으로 태어났다고 해서 모두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가르침을 받아 배우고 깨우쳐야 비로소 올바른 사람이 된다는 교훈을 내포하고 있지 않나 생각해 본다.

고욤나무는 감나무과에 속하는 낙엽 교목으로 우리나라 경기이남 지방에 주로 마을 부근 야산이나 골짜기에 잘 자라며 다 자라면 높이가 10m나 되기도 하고 언뜻 보기에 감나무와 매우 흡사하다.

나무껍질은 어두운 회색이고 불규칙하게 갈라지며 잎은 서로 어긋나고 타원형 또는 긴 타원형으로 두껍고 끝부분이 뾰족하며 가장자리가 밋밋하고 잎 뒷면은 회녹색이다. 꽃은 5∼6월에 검은 자줏빛으로 새로 난 가지 밑 부분 겨드랑이에 달리며 열매는 10∼11월에 둥근 장과로 지름이 2㎝이하로 달리며 덜 익은 것은 엄청 떫어 먹을 수가 없을 정도다.

7∼8월 햇빛이 가장 강렬할 때 깨끗한 잎을 채취하여 물에 씻고 가위로 잘게 썰어 물기가 가시는 데로 찜통에 2분 정도 쪄서 통풍이 잘 되는 그늘에 바짝 말렸다가 찻물을 끓여 약간 식힌 다음 말려둔 잎을 넣고 꾸준히 우려 마시면 비타민c 등의 주요 성분으로 당뇨병, 고혈압, 변비, 위장병, 불면증, 뾰루지, 종기, 습진에 상당히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고, 혈관속 어혈이나 콜레스테롤의 양을 줄여 혈액순환을 좋게 하고 백혈구의 기능을 도와주며 면역력을 길러주는 데도 널리 활용해 볼만하다.

민간에서는 고욤나무 열매의 탄닌 성분을 이용해 고혈압과 중풍에 많이 썼는데 서리를 맞은 후 열매를 따다가 항아리에 차곡차곡 넣어두었다가 발효시켜 먹었다. 발효를 마친 고욤은 떫은맛은 모두 사라지고 곶감보다 몇 배 달짝지근하고 찰진 꿀맛으로 변하는데, 이 열매를 볼 때면 어린 시절 겨우내 숟가락으로 퍼 먹던 추억이 새록새록 돋아난다.

또 고욤나무 잎을 흑설탕과 겹겹이 넣고 발효시킨 후 물에 적당량 희석하여 마시면 중풍, 고혈압, 관절염 예방과 몸 전체의 면역력 향상 그리고 숙취해소에도 신통하리만큼 좋다고 한다.

10월에 약간 덜 익은 황색 열매를 채취하여 깨끗이 씻은 다음 물기가 빠지는 데로 술병의 1/3 양만큼 넣고 소주를 가득 채워 밀봉하면 맛있는 고욤주가 되는데 야뇨, 딸꾹질, 토혈, 지사(止瀉), 중풍, 주독(酒毒)에 좋다. 약용주를 담글 땐 고욤꼭지도 버리지 말고 반드시 함께 주침하는 것이 더 좋다.

▲ 장 호 봉 약용식물관리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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